모든 걸 게임 탓으로 돌리는 편리한 발상일 뿐
만 16살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성가족부 등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 제도가 청소년을 보호하고 수면권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밤 12시 이후 청소년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 어디 게임뿐이랴. 공부 셧다운제, 티브이 셧다운제 등을 도입해 밤 12시 이후에 책을 읽고 공부하고 티브이 보는 청소년까지 모두 강제로 재울 것이 아니라면 게임 접속 차단만이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주장은 난센스에 가깝다. 취침시간은 가정에서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결정할 문제이지 법으로 규정할 성질이 아닌 것이다.
게임중독도 마찬가지다. 찬성 쪽에서는 게임중독으로 인한 극단적 범죄 사례를 예로 들며 셧다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물론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적절한 치료와 상담 등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게임중독에 빠지지는 않는다. 게임중독은 가정환경이나 학업·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개인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그 원인을 게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신데렐라법’ ‘온라인통금법’으로 불리는 셧다운제는 왜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의 특정한 시간대와 온라인게임이라는 특정한 장르의 게임만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측면에서 이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 가정에서의 부모의 교육권, 게임 개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마저 갖고 있다. 실효성 문제는 또 어떠한가. 우리보다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한 타이가 도입 2년 만인 2005년 개인정보 도용 등을 이유로 폐지했을 정도로 실효성마저 의문인 상황이다.
진정 청소년의 수면과 건강 문제를 걱정한다면 셧다운제라는 편리한 발상 이면에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3~4개의 학원을 돌고 밤늦게 귀가하는 청소년들에게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이 바로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려면 과도한 사교육을 낳는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체계에 대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입시경쟁이 아닌 지성과 감성, 신체성과 인성을 고르게 발달시키는 창의적 문화교육으로의 전환은 게임중독 문제에 대한 어렵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물론 해법이 근본적인 만큼 그 길은 멀고 또 험할 수 있다. 셧다운제 도입 철회부터 시작해보자.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
게임중독 방지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인터넷 강국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심각한 인터넷 게임중독’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밤새 폭력게임을 하던 미국 명문대 중퇴생이 “게임 속에서처럼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에 부엌의 흉기를 들고 나와 길을 가던 시민을 찔러 살해한,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게임중독에 빠진 중학생이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죄책감에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게임중독은 반인륜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 폐해를 줄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 일환이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실시다. 2010년 행정안전부 조사를 보면, 9살부터 19살까지 청소년들의 인터넷중독률은 12.4%(87만명)로 성인의 약 두배다. 따라서 이러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적용 연령이다. 위 조사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중독이 심한 고위험 사용자군의 비율은 중학생이 2.1%인 반면, 고등학생이 3.5%였다. 그런데 왜 고등학생이 셧다운제의 예외가 되어야 하나? 그래서 필자는 적용 연령을 16살 미만에서 19살 미만으로 상향조정해, 고등학생을 포함하는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도에 여러 반론이 제기됐다. 먼저,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묻고 싶다. 19살 미만 청소년들에게 술·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왜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주장하지 않는가? 다음으로 게임은 축구, 야구, 구슬치기, 제기차기와 같은 놀이의 일종인데 왜 지나친 규제를 하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축구나 제기차기에 중독돼 부모를 살해하고 묻지마 살인을 하지는 않는다.
최근 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중독의 사회적 손실 비용이 연간 5조50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16살 미만의 인터넷중독자에 의한 비용만 9039억원으로 추계된다고 한다. 자녀와 부모의 갈등 비용, 범죄 및 사건사고로 인한 사회통합 저해 비용 등을 포함하면 사회경제적 비용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한다. 게임중독자의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와 매우 흡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육계 단체인 교총과 전교조 모두 19살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셧다운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이 법의 논의 과정에서 게임업계의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명분 아래 게임업계의 입장을 상당 부분 대변했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보호가 그보다 하위 가치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지호 한나라당 국회의원
청소년이 게임에 빠지는 근본 원인을 돌아보라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도입되는 ‘셧다운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순히 게임을 못하게 되어 화가 난다는 반응을 하는 대신에, ‘과연 규제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오히려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 근본적 이유를 외면하는 어른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셧다운제에 의해 규제되는 연령의 청소년들이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함으로써 계속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손쉽게 알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의 주민번호를 이용하여 셧다운제를 피하고, 더 나아가 가족이 아닌 타인의 주민번호까지 도용할 수 있다. 둘째,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늦은 시간에 하는 모든 게임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원 가입을 할 필요가 없는 플래시 게임 등을 비롯해 증가 추세에 있는 스마트폰의 게임이나 국내 게임보다 더 해로울 수 있는 외국 게임 등은 모두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원하는 청소년들은 셧다운제 도입 전과 마찬가지로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할 수 있다.
또한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외면하며 계속해서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를 억압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오히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부추길 수 있다.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기 시작한 배후에는, 학생들의 ‘놀이’를 ‘학업’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여겨 달갑지 않게 바라보고 청소년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어른들이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놀이를 떳떳하지 못한 활동으로 생각하게 되어, 친구들과 건전하고 활동적인 놀이문화를 찾아다니는 대신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가 밤이 새도록 게임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셧다운제를 도입하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은 건전하지 못해 규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몰래 할 수 있는 놀이인 게임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발생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앞서 근본적 원인을 외면하고 규제에만 급급한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부모님의 주민번호로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는 ‘귀찮은’ 제도로 인식되는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대신,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건전한 놀이공간을 확보해주는 일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현호정 경기도 군포시 흥진고 3학년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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