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 08:03

정권 바뀌어도 예측 가능하게 관리법 만들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비롯해 동남권 신공항 공약 철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결정으로 지역 민심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현 정부의 국책사업 진행 과정이 매번 지역갈등을 조장하게 된 근본 원인과 앞으로 이런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대안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엠비 정권은 균형발전을 한물간 이념으로 치부한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균형발전 정책을 하나하나 지워왔고, 급기야 ‘균형발전’이란 말도 ‘지역발전’으로 바꿔 쓰고 있다. 균형발전에 관한 정부의 철학 부재는 최근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분출시키는 까닭이 되고 있다.


세종시 갈등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선도할 거점 새도시라는 세종시의 역할을 무시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진주로 몰아준 결과, 영호남 갈등이 깊어진 것도 균형발전을 위한 분산입지를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약속 파기로 빚어진 지역간 갈등은, 기초과학 인프라를 지역간에 고루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철학이 부재한 데서 비롯됐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편협한 경제적 타당성 문제에만 사로잡혀 지역 물류시스템의 선진화란 균형발전의 의미를 놓친 결과다.


이러한 갈등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을 예측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국책사업관리법’이 제정돼야 한다. 균형발전을 담보할 국책사업으로서 요건을 제대로 갖추도록 하고, 또한 제대로 갖추었을 때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 틀을 마련하자는 게 국책사업관리법 제정의 취지다.


선거공약이든 정권의 정치적 목적이든 어떤 경우라도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여될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그에 준하는 요건을 국민적 논의와 검증 절차를 통해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제안된 사업에 대해선 투명하고 엄격한 타당성(경제성 포함) 검토를 거치되, 그 과정과 결과는 개방해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승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국책사업 선정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는 국회가 돼야 한다.


국책사업의 예산, 추진 기간과 절차, 사업내용 변경 등을 모두 예측 가능하게 통제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법에 적시돼야 한다. 예산의 증감이 필요할 경우 국회에서 심의를 통해 조정하는 예산상한제 도입도 필요하다.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은 합의회의나 배심원제와 같은 참여적 의사결정 구조를 제도화해 예방하고 조정하면 된다.


추진중인 사업이라도 일정 요건을 구비하면 공론화를 통해 수정하거나 퇴출할 수 있는 절차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개입은 엄격히 통제돼야 한다. 국책사업의 추진 성과는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 국민들이 소상히 알도록 해야 한다. 국책사업 전반을 이런 식으로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려면 이를 전담할 ‘국책사업관리처’가 신설돼야 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국책사업 유치 경쟁이 없는 사회를


동남권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 최근에 여러 지역에서 유치하려고 과열경쟁을 벌였던 사업들이다. 요즘 안전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 대해서도 한때는 3000억원의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유치 광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모두 ‘국책사업’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사업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국가정책에 관심이 있어서 이 사업들을 유치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지자체들의 관심은 ‘지역발전’에 있었다. 그렇다면 상식적인 의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다. 왜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정책이 아닌 국가정책에 목을 매야 하나?


그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자체의 재원이나 역량으로는 지역발전이 어렵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그 결과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유치하려고 지자체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를 분권형 국가구조로 전환하는 것에 있다. 중앙정부가 재정을 틀어쥐고 그때그때 사업을 지역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자율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정을 지방에 주고 자율권도 줘야 한다. 그리고 지역은 지역발전을 위한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성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지역갈등의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편 지역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국책사업 유치는 지방권력의 무능함을 덮는 수단이 되고 있다. 국책사업 유치만이 살길인 것처럼 얘기하다가, 유치가 안 되면 정권을 욕하면서 자기 자신은 면피를 하는 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태이다. 이런 행태를 뒷받침하는 데 온갖 단체들이 동원된다. 다른 목소리는 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도 스스로의 민주적 역량을 키우고 중앙의존적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역에 희망은 없다.


따라서 지금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지역 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의 혁신과 지역의 민주화이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그 어떤 처방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지역의 기득권자들이 삭발과 단식농성을 하고, 온 지역을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우스운 현실이 내일도 반복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승수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공짜 점심은 없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다투어 선호시설을 유치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투명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지자체는 공정한 절차의 결과에는 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당사자의 행태가 바뀌는 것과 동시에 국책사업 추진을 둘러싼 제도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각 지자체가 선호시설을 유치하고자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선호시설의 건립 비용은 거의 부담하지 않으면서 그 혜택은 모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호시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짜 선물인 것이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있겠는가. 선호시설이 공짜이다 보니 탈락 지역은 상실감을 크게 느낀다. 형제가 여럿인 집에서 누구나 어릴 때 느끼는 ‘엄마는 나만 미워해’ 감정과 비슷하다. 아무리 중앙정부가 투명한 선정 절차를 거치더라도 선호시설이 공짜인 한 지자체의 이러한 상실감은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문제 해결은 선호시설이 공짜가 아니도록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즉각 지자체로 하여금 선호시설 유치에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지자체간 입찰 경쟁을 통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지자체가 선호시설을 유치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늘 탈락할 수밖에 없어 빈익빈 부익부가 문제가 된다. 따라서 선정위원회의 몇 가지 평가 기준에 지자체가 제시하는 부담금액을 포함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부담금 절대액을 기준으로 하는 대신 그 지자체의 연간 예산 대비 부담금 비율을 참고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공짜 점심을 막는 제도는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토지를 개발할 때 지가 상승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일부를 그 수혜자로부터 정부가 환수해 오는 개발이익환수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선호시설 부담금제에는 몇 가지 보완책이 따라야 한다. 지자체가 선호시설의 효과를 과대평가하여 과도한 부담금을 지급하고 시설을 유치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평가 역량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평가위원의 중립성을 정부가 담보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평가 기준을 내세우더라도 평가위원들의 판단이 신뢰받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78955.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78956.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78957.html



http://getupandgo.tistory.com/747   [메아리/1월 19일] 4대강도 결국 소통의 실패였다

http://getupandgo.tistory.com/904  지금은 國道에 '스토리(Story)'를 입혀야 할 때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