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2. 06:37



대학의 학생 선발에서 성적 위주의 획일적 방식을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 대학의 설립이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자는 뜻에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흔들리고 있다. 주요 10개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합격자를 분석한 3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서울의 강남구가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지역 편차가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사정관제 개선 방향에 대해 학부모단체, 현직 교사, 입학사정관의 의견을 들어본다.



다양한 교육적 경험이 공교육에서 이뤄져야


다양한 교육적 환경과 교육을 통한 성장과 성숙은 사회의 원동력이 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도전해보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교육적 환경은 아이를 행복하게 하고, 경쟁력 있는 미래 인재를 배출하게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이러한 교육적 목적을 위해 도입된 다양성을 위한 제도이다. 현재까지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되는 학생은 20% 안팎이다. 80%의 학생은 수능성적이나 학생부 내신, 논술 등으로 선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입시에서는 모든 사람이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평가잣대로 학생을 순위화하고 선발하였다. 같은 날 동시에 시험을 치르는 하나의 잣대인 수능을 통해 가장 많은 수의 학생을 줄을 세워 선발하였다.


그동안 책을 읽거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좋아하는 영역에 관해 서로 논의하고 심화시키는 학생들은 필요없는 행위를 하는 학생들로 언급되었다. 블로그에 자신의 의견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논쟁을 하는 학생, 지역사회의 문제를 구청이나 시청에 건의하고 개선하려는 학생,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 발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 등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주목하지 않았으며, 주목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다양성을 위한 고교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몇년 되지 않았지만, 입시교육에만 몰입하던 고교에서 다양성 교육의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물론 아직 수능성적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다수이기 때문에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학교도 많이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각 영역에서 우수한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려 시작된 제도이다. 부자 학생만을 선발하거나, 가난한 학생만을 선발하거나, 강남 학생만을 선발하거나, 지방 학생만을 선발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가 아니다.


‘스펙’이라는 용어는 나쁜 어감을 가지고 회자된다. 학생의 적성과 흥미와는 별개로 숙제처럼 축적되는 경력의 의미로서 언급된다. 학생에게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목표가 제공되고 이를 성취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이 학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현재 언급되는 스펙의 정의는 학생의 다양한 경험이나 적성과 흥미를 표현하는 용어로 인식될 것이다. 공교육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의 적성과 흥미를 개발하여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며, 많은 입학사정관들은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연구와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김수연 경희대 입학사정관


‘정보력’과 ‘가시적 결과’에 좌우되지 않아야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정상화, 성적위주 선발 탈피 등을 위해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과 고교의 연계, 선발된 학생의 추후관리까지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구와 특목고가 입학사정관제에서도 강세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배경과 기대효과가 처참히 무시된 결과이다.

서울권이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년간 입시지도를 해온 사람으로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여전히 불평등이 지속되는 상황에 지치고 힘이 빠진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입학사정관제는 2004년 도입이 제안되어 2007년부터 일부 대학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이제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입학전형 유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입학사정관제가 마치 대학입시의 주인공인 양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수 있는 신입생은 모집정원의 약 20% 정도에 불과한데, 모든 학생이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장기간의 준비와 일관된 노력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 학생 이력의 ‘스토리’가 구성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의미있는 활동이 연속되어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 준비하지 않고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 힘들다. 아직 초기 단계인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학생의 잠재적인 능력을 측정하기보다는 가시적인 결과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가시적인 결과, 즉 ‘스펙’을 갖추기 위해선 정보력이 필수다. 이른바 ‘대치동’이 ‘한국 사교육의 메카’라고 불리게 된 것은 학습의 ‘질’보다는 정보의 ‘양’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에서도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강남지역과 특목고 학생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존의 대입제도가 안고 있었던 선발 경쟁에서 교육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단순히 선발의 의미에 그치지 않고 대학의 인재관과 교육관에 맞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육성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 및 특목고 학생들이 더 많이 선발된 현재의 결과는 단순히 선발의 의미에 그치고 있는 상황을 잘 반영한다. 입학사정관제 본래의 취지를 살려서 교육에 필요한 도구로서 잠재능력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서 운영한다면 자연스럽게 대입제도의 한 부분으로 정착할 것이다.


임지연 경기 안양시 동안고 교사



지역균형선발 등 격차해소 전형에만 적용을


입학사정관제는 도입 초기 획일적인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잠재력을 보고 뽑겠다고 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무리하게 확대시행되면서 특권층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서민층에겐 ‘그림의 떡’인 입시전형이 되었다.

참여정부 시절,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농어촌 특별전형’과 ‘지역균형선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입학사정관제는 그야말로 주요 사립대학들이 대학자율을 빌미로 특목고생을 우대하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었을 때 각 대학이 학생을 골라 뽑기 할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특목고생을 골라 뽑기 할 줄은 몰랐다. 발표된 자료를 보면, 주요 대학에서 강남을 비롯한 ‘사교육 특구’ 지역 합격생이 다른 지역에 비해 6배의 차이를 보였고, 특히 외고·국제고와 일반계고의 차이는 무려 20배라는 것이다. 허탈감마저 든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특권층을 더욱 공고히 하고 고교등급제에 정당성을 주는 것이라고 아무리 비판을 해도,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보고 자기주도학습을 한 학생을 뽑는 전형이고 획일화된 공교육을 살리는 묘책이라고 열을 내어 홍보한다. 그러면서 반칙을 일삼는 일부 사립대에 제재도 가하지 않고 올해도 재정지원까지 하니 대학들은 더욱 눈치도 보지 않고 기고만장하여 특목고생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 공개를 요구해도 대학자율이라며 입학사정관 전형의 구체적 방법과 절차 등도 공개하지 않는다.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스펙’을 관리해야 하며, 입시준비에 고액 컨설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정부에서 그렇게 홍보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입시제도이기는커녕 서민층은 감히 엄두조차 못 내는 제도다. 이런 계층차별적 전형을 위해 정부가 대학에 재정까지 지원하는 것은 폐지되어야 하며, 농어촌 특별전형과 지역균형선발 등에 최소한으로만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사회적 책임이 큰 대학이 우리 교육의 발전은 외면한 채 이기적으로 특목고생을 골라 뽑기 위해서 이렇게 사회적 약속을 무너뜨리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대교협에 엄정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공정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1179.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1184.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1189.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