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그중에는 아직 주목받지 않은 신생 영역도 존재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만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일은 누구나 갈망하는 것이다. 이런 신개척지는 바다에도 있다. 바로 '해양플랜트 산업'이다.
해양플랜트는 왜 필요한가? 한마디로 인류의 에너지 수요 때문이다. 친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태양열·풍력·조력·조류 등 대체에너지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유가 차지하는 자리를 넘보기에는 역부족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전 세계 원유매장량 중 56%가 중동에 집중되어 있고 이들 대부분은 수심 500m 이상 해저에 묻혀 있다. 2000년도까지만 해도 해저에서 채굴한 원유는 전체 생산량의 2%에 불과했지만, 이후로는 증가일로에 있으며 2020년에는 13%를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심해의 검은 진주를 채굴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비가 바로 해양플랜트이다. 원유 탐사, 채굴, 수거, 보관, 수송 그리고 정제까지 복합적인 과정을 통합하는 설비물로서 그 규모나 비용 측면에서 육상의 구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친 바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심해의 석유를 뽑아 올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해양플랜트 건설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해양플랜트는 블루오션의 자격이 충분하다.
2000년도 이전까지 해양플랜트는 유럽 일부 국가와 싱가포르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조선산업의 강자로 군림해온 한국이 시장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2011년 현재 한국 3대 대형조선소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총 180억5000만달러로 우리 돈 2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다. 이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의 80%를 석권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향후 '부품 국산화율'을 더 높여간다면 외형만이 아니라 실속에서도 우리가 해양플랜트 산업의 블루오션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구 표면의 70%를 넘는 바다는 확실한 투자의 장이 틀림없다.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3/20120603014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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