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에서 ‘중국 관련 주’가 관심이다. 특히 중국 소비재 시장에 노출된 (판매가 많은) 기업이 인기다. 미국·유럽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믿을 곳은 중국뿐’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그래도 중국은 매년 소비판매 증가율이 15% 안팎을 오르내리는 시장’이라는 통계를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중국 소비자에는 두 부류가 있다. 중국에 있는(在中) 소비자가 그 하나요, 한국에 와 있는(在韓) 중국 여행객이 또 다른 부류다. 오리온·에이블씨앤씨 등 중국 진출 소비재 업체들은 전자에 속한다. 이들은 현지 판매 호조에 힘입어 주가가 강세다. 카지노 업체 파라다이스와 호텔신라 등은 후자의 경우로 중국 여행객 대상 매출이 늘어 주가가 오르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우리 기업의 ‘가치 쌓기(value building)’ 터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이라는 존재는 제조업 단지로서의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시대에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관련 주’의 최근 동향은 이를 확인시켜주는 지표일 뿐이다.
중국의 정책 방향과도 어울린다. 지난해 시작된 12차 5개년 계획의 핵심 코드가 바로 ‘좐볜(轉變)’이다. 수출·투자에 의존한 기존 성장 패턴을 소비 중심의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내수 확대를 외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3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취임 일성도 내수 확대였다. 그러나 실패했다. 2000년대 초 약 47%에 달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구소비율은 지금 35%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 때문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 제품의 해외 시장이 열리면서 수출은 매년 20~40%씩 급증했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내 소비자는 기업의 관심 밖으로 밀렸고, 정부 정책도 수출에 맞춰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서방 경기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출은 오히려 성장의 장애가 되고 있다. 2008~2011년 GDP 성장에 대한 수출기여율은 -5.9%로 떨어졌다. 중국은 ‘기댈 곳은 내수시장밖에 없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안다. 매년 최저 임금을 20% 안팎 올리고, 세금을 깎아주고, 사회보장체제를 수술하는 이유다. 하루아침에 바뀌지야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대로 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연히 우리의 대중국 비즈니스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의 거대 소비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들의 지갑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등 세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그게 ‘메이드 포 차이나’ 시대의 생존법이다. ‘중국 관련 주’ 기업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다가올 중국 내수시장은 우리 상장기업 모두를 ‘중국 관련 주’로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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