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제한적 공창제’ 도입 필요한가 -2
아동 대상 성폭행 등 성범죄 관련 강력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제한적 공창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종암경찰서장 재직 시 성매매 단속에 앞장섰던 김강자 한남대 겸임교수가 “제한된 지역에서 성매매를 인정해주는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매매 금지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와 조배숙 전 의원에게서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성욕 해소에 여성 인권이 희생돼선 안 된다
하나는 범죄 현상에 대한 잘못된 분석이다. 성폭력 증가 원인을 분석하면 성매매 금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첫째, 과거에도 수많은 성폭행 사건이 있었지만 피해 여성들이 쉬쉬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인식이 달라져 신고율이 높아졌고 언론도 가감 없이 즉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둘째, 가족 및 지역공동체 해체 현상으로 과거에 범죄 억제 기능을 하던 무형의 기제, 즉 가족·이웃 등 인간관계의 끈이 단절돼 버렸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진공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 늘었다.
셋째는 음란물의 범람이다. 과거와 다르게 TV·인터넷 등의 발달과 성 개방 풍조 속에 음란동영상, 아동포르노물 등의 만연으로 사람들이 쉽게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장면을 접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이를 내면화하면서 실행할 기회가 왔을 때 범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의 증가는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또하나의 오류는 남성들의 원초적인 성본능은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으니 이를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들의 성적 본능은 당연한 권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남성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성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일부 여성들의 인권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논리일 뿐이다. 피해를 보는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다. 일부를 위해 다른 일부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잔인한 논리는 따지고 보면 종군위안부를 제도화한 일본제국주의 사고방식과 다를 게 무엇인가. 그야말로 남성 우위의 권위주의적 사고이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는 발상이다.
제한적 공창제 역시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제한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내용은 마찬가지다.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하는 것은 성매매특별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그나마 어렵게 이루어온 나름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든다. 어느 지역에 가면 실정법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할 수 있다면 그 지역으로 성매매업소가 몰려가 우후죽순처럼 번창할 것이고 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인신매매 등 다른 관련 범죄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물론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신종 성매매가 성업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살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살인죄 규정을 폐지하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할 때다. 탈(脫)성매매 여성들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고 성매매 산업으로의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취업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성매매 범죄에 대해 엄정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한 근본적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배숙 변호사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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