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미국의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전문가 2명을 만났다. 박 시장은 민선 2기 임기 동안 공유경제 정책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이들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공유경제는 자동차를 비롯해 집·주차장·옷·사무실·기술 등 유무형 재산을 인터넷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중개하는 신종 서비스 모델을 뜻한다. 숙박 공유에서는 에어비앤비(Airbnb)가 10조원 가치를, 교통 중개에서는 우버(Uber)가 18조원 가치를 인정받을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벤처 분야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공유경제는 미국 진보 진영에서 최고로 꼽는 혁신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들은 공유경제가 과잉생산, 불균형 배분 등 자본주의의 근본 약점을 '개인 대 개인 간 거래(peer to peer)' 시스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공유경제의 철학과 가치를 일찌감치 꿰뚫고 구체적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지구촌 공유경제 진영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2012년 공유경제 촉진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 공유경제 정책 기반을 체계적으로 조성했다. 아울러 공유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적극 활용하는 실용주의 리더십도 발휘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공유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서울시는 3년 만에 스타 도시로 부상했고, 박 시장도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박 시장의 공유경제 드라이브가 암초를 만났다. 올 초부터 세계 주요 도시에서 '안티 공유경제' 움직임이 일면서 논란을 계속 낳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호텔과 택시업계가 공유경제 벤처들의 불법성을 부각시키면서 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집 공유 유행이 부동산 소유주의 배만 불리는 등 빈부 격차를 더 심화시키면서 풀뿌리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공유경제의 또 다른 논란은 글로벌 공유기업이 각국 지역 공유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점이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실리콘밸리의 막강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 세계 도시에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지역 공유업체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일각에선 공유경제는 미국 실리콘밸리식 마케팅 수사에 불과하고 결국 극소수의 수퍼 리치만 탄생시키는 수단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한다.
박 시장은 4년 임기 동안 공유경제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당장 서울시내 택시업계와 우버의 충돌부터 새로운 프레임으로 해결해야 한다. 서울에서도 다른 도시에서처럼 택시업계가 우버 견제에 나섰고, 서울시의 교통 관련 직업 관료들은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자자, 비앤비히어로 등 서울에 뿌리를 둔 숙박 공유 벤처기업이 글로벌 공유기업의 공세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외국 업체의 배만 불리는 공유경제 정책으로 서울시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중앙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공유경제 관련 난제들의 해결책을 함께 찾고 도움도 받아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대립적 요소와 미래 지향적 요소가 얽혀 있는 공유경제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 궁금하다.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1/20140911006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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