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를 외치던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존경하던 인물은 당연히 고고학의 아버지, 트로이와 미케네 문명을 발견한 고고학자 슐리만이었다. 슐리만의 고고학적 업적은 고고학 밖에 모르던 10살 짜리 초등학생을 압도시켰으며 ‘언젠간 나도 슐리만처럼 역사에 남을 발굴을 할 테야.’라는 담대한 꿈을 품게 하였다. 하지만 10년 후 내가 고고학자의 꿈을 접은 후 고고학자를 향한 꿈과 함께 그의 존재도 점점 희미해졌었는데 얼마전 우연히 슐리만 자서전을 읽게 되면서 그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엔 고고학자 슐리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 꿈을 이룬 사업가로서의 슐리만이 보였다. 수 개의 언어를 구사하고 트로이와 미케네 문명을 발견한 고고학자 슐리만이 아니라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집안 사정때문에 꿈을 접었다가 훗날 잊지 않고 그 꿈을 이룬 성취가로서의 모습말이다.
슐리만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읽어주던 일리아드를 진짜라 믿고 발굴을 꿈꾸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하지만 진짜 슐리만은 그 이후부터였다. 그는 집안형편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가로서 성공을 거두고 부를 축적한 뒤 고고학 공부를 시작해 고고학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슐리만은 이거다.
누구나 어릴 때 꿈을 꾼다. 하지만 삶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그 꿈은 서서히 잊혀지고, 현실과 타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슐리만은 어릴 때 꿈을 간직한 채로 평생을 살아왔던거다. 인생의 좌표를 보고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런 삶. 나도 지금 이순간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할 것이다. 나는 슐리만처럼 살 것이다.
그를 만난지 15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나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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