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19:28

‘-26.9%’.

최근 한국의 포털사이트를 패닉에 빠뜨린 숫자다.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이 밝힌 전년 동기 대비 올 1분기 포털 이용시간 변화 폭을 말한다. 감소 폭이 몹시 가팔라 충격을 주었다.

코리안클릭이 분석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그동안 포털에서 강세를 보였던 커뮤니티 서비스가 몰락한 게 첫 번째 이유다. 전년보다 이용시간이 34%나 줄었다. 페이스북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뜨면서 굳이 포털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바일 서비스의 성장이 결정타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갤럭시탭·아이패드 등)로 쏠리는 속도가 무섭다. 출근길이나 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를 둘러보라. 많은 승객이 모바일 기기에 홀딱 빠진 걸 알 수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포털의 몰락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국 포털의 대표주자인 네이버가 직원을 줄이고, 사업을 재정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 뭔가 충분치 않다. 위기의 원인을 기술과 서비스의 진화에서만 찾은 게 어째 개운치 않다. 네이버만 해도 이미 모바일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며 꾸준히 준비해 왔다. 포털시대를 연 그들답게 모바일 시대의 선점을 위해 절치부심했지만 두꺼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포털 위기의 바닥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건 포털 생태계를 지배하는 ‘닫힘’의 문화라는 악성 종양이다. 포털(Portal)은 관문이다. 온라인 세상과 연결된 창이다. 창으로 들어가면 다른 사이버세상으로 인도하는 무궁무진한 창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공기가 순환하듯 정보가 포털의 창을 통해 들락날락거려야 온라인 생태계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 포털에서는 이런 ‘열림’의 순환이 막혔다. 네이버는 관문이 아니라 꽉 막힌 잡화점이 됐다. 들어가는 순간 창고에 갇히게 된다. 창이 막히면 내부의 공기는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검색 결과는 광고로 도배돼 있다. 홈페이지에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로 뒤덮인 국적불명의 ‘실시간 검색어’가 난무한다. “스폰 명목으로 성관계를 했는데 돈을 못 받았다. 신고할 수 있느냐?” 같은 질문이 지식인 서비스에 오르는데도 회사 측은 수수방관한다. 대신 탐욕스럽게 문어발 확장을 거듭해 시장에서는 경쟁의 씨가 마른다.

서비스가 부실해지고, 상품의 질이 나빠지면 다른 상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고객의 본능이다. 구글을 반드시 선(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호는 울림이 크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생태계의 건강을 강조하는 ‘열린 문화’를 지향해서다. 포털이 살아야 21세기 정보기술 산업도 살 수 있다. 초창기 네이버의 성장은 이 나라 벤처산업의 희망이었다. 그 도약을 지켜본 많은 팬(Fan)들이 ‘열린 네이버’의 복원을 기대하고 있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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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