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자 조선일보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인천공항 지분매각(49%)의 졸속 추진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인천공항의 실체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회(ACI)에서 꼽는 최고 서비스 공항에 7년 연속 올랐다. 흔히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용객을 상대로 한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이 곧 최고 공항이라는 논리는 다소 비약이다. 무엇보다 인천공항이 지향하는 허브 공항의 가장 적절한 지표는 환승률이다. 즉 인근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승객을 끌어모아 갈아 태우느냐는 것이다. 현재 환승률은 10%대로 미흡한 수준이다. 노선이 다양하고 환승 절차가 편리하고 각종 지원 시설이 고객 친화적인지가 관건이다. 서비스 만족은 제반 기능적 만족도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서비스 만족을 위한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나, 냉정히 말해 그 자체가 허브 공항의 핵심 목표는 아닌 것이다.
또한 인천공항은 연간 약 3000억원 순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공항을 지원하는 교통 인프라가 심각한 재정적 부실에 빠져 있다. 공항고속도로는 연평균 혈세 약 800억~900억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공항철도도 연평균 혈세 약 1300억원으로 메워지다가 철도공사가 1조2000억원을 들여 공영화하여 철도 전체의 부실 속에 묻혔다. 국민이 볼 땐 공항에서 돈을 벌어 길에다 뿌리는 셈이다. 물론 고속도로나 철도가 인천공항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지분매각를 논의할 때 공항철도와 고속도로의 부실에 대한 고려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동북아는 공항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인천공항은 그간 훌륭한 성과를 냈지만 환승률 높이기 등 핵심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그러려면 제반 문제의 정확한 평가·진단이 앞서야 한다. 대규모 지분매각이든 아니든 그런 바탕에서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지금처럼 찬반 주장이 거친 논리로 섣불리 충돌한다면 해법은커녕 오히려 혼란만 증폭될 뿐이다.
박종선 前한국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01/2012070101434.html
'교양있는삶 > 사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창/존 페퍼] 정보의 한계 (0) | 2012.08.15 |
---|---|
[노트북을 열며] 닫힌 포털, 악해진 포털 (0) | 2012.08.15 |
[양선희의 시시각각] 여성은 변했다 - 저출산 (0) | 2012.08.15 |
[배명복 칼럼] 비전을 보고 싶다 ② 탈(脫)탄소 (0) | 2012.08.15 |
[노트북을 열며] K컬처, 한국을 공부하게 하라 (0) | 2012.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