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0. 00:15

미국의 100달러짜리 지폐에 얼굴 사진이 실린 '벤자민 프랭클린'의 기록물에 나오는 이야기다. 1744년 버지니아 주정부와 6개 인디언 부족 사이에 체결된 랭카스터 조약에서 버지니아 대표 위원들이 인디언 부족장들에게 호의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만약 6개 부족의 추장들이 그들의 아들을 백인 대학에 보내길 원한다면 정부는 그들이 백인의 학문을 전부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인디언 대표가 대답했다. "당신네들의 호의적인 제안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백인들이 가르치는 대학 교육을 받은 우리 젊은 인디언들은 말타는 법도 미숙하고 숲에서 생활하는 방법도 다 잊어버리고 추위와 배고픔을 참아내는 인내심마저 사라진 나약하기 그지없는 낙오자가 되어 돌아 왔습니다. 통나무로 집짓는 방법도, 사슴을 잡는 방법도, 그리고 적의 습격에 대응하는 용기도 모두 잃어버린 한낮 무기력한 젊은이가 된 것입니다. 만약 당신네 백인들의 자녀를 우리 인디언 마을로 보내준다면 우리는 그들의 교육을 책임질 것이며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 어른으로 키워주겠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대할 때면 요즘 학생들은 이전의 학생들에 비해 도전정신과 생활 속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많이 떨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대학 입시에 종속된 학교 교육이 자기주도적 학습은 강조해도 정작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생활 지도엔 한계를 드러낸다. 학교 급식에서 생선 조림이 나오는 날이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생선 가시를 발라내는 성가심 때문에 먹던 밥을 남기고 식탁을 떠난다. 가정에서 생선 가시를 발라주는 어머니의 보살핌이 만들어 놓은 결과다. 가난 속에서 단련 받은 이전의 학생들과는 달리 요즘 학생들은 교실의 더위와 추위를 좀처럼 참아내질 못한다. 쾌적한 아파트 주거생활이 가져다 준 나약함이 아니겠는가. 

고등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 신입생 수련회가 있는 날이면 학과 사무실 조교들은 할아버지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게 된다. 대학생 손자 손녀의 행선지와 일정을 챙기는 문의 전화인 것이다. 매학기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수많은 대학생 엄마들이 인터넷을 통한 자녀 수강 신청을 대신해 주는 현상은 이제 일상사가 돼버렸다. 엄마가 대신해준 수강 신청 과목을 자녀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까먹어 출석부에 이름이 올라있는 학생이 2, 3주가 지나도록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 이들 3대 조건을 통해 대학문을 통과한 세대들의 모습이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해 가던 젊은이들을 모아 병영 생활과 군사 훈련을 시켜야 하는 군 관계자들은 병사들의 과다 체지방과 약한 근육을 우려하고, 상관의 명령보다는 엄마의 명령에 길들여진 '마마보이'들을 데리고 유사시 적과의 대치를 해야 할 판이다. 

한 때 영국의 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가 참나무산 누애나방이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과정을 관찰하게 되었다. 나방이는 누애고치 안에서 작은 구멍 하나를 뚫고 그 틈을 빠져 나오기 위한 고통을 한나절이나 참아내야 했다. 작은 구멍을 빠져 나오는 나방이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과학자 일프레드는 예리한 가위로 누애고치의 구멍을 넓혀 주기도 했다. 그런데 스스로의 힘으로 고치를 빠져나온 나방의 경우는 예쁜 색깔로 변해 훨훨 날아가는 것과는 달리, 도움을 받아 편하게 구멍을 빠져나온 그 나방은 몇 번의 날개를 퍼덕이다 날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요즘 점차 나약해져가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산란의 꿈을 안고 세찬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의 힘찬 도전, 위험을 무릎쓴 독수리의 새끼훈련 방식을 떠 올리게 된다. 

지금 우리네 가정에서의 자녀 교육 방식이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 내용이 도전하는 연어 보다는 어항속 금붕어를 기르고, 용맹한 독수리 대신 병아리를 키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오성삼 인천 송도고 교장 ㆍ전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7/h2013071821003024370.htm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