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빅히트한 문화상품의 하나는 강연 콘텐트다. 다양한 연사들이 각자의 주제를 자유롭게 발표하는 TED의 세계적인 성공 이후 국내에도 유사 포맷이 줄을 잇고 있다. 정치인, 학자, 대중예술인, 유명인들이 강연자로 선다.
토크콘서트, 북콘서트, ‘리빙 라이브러리’ 등 이름도 다양하다. 가령 유력한 대권주자의 하나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가 매번 수천 명의 대학생과 만난 ‘청춘콘서트’를 빼놓을 순 없다.
하버드대 특강을 책으로 펴낸 『정의란 무엇인가』로 돌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출간과 함께 내한해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토론형 공개 강연’을 했다. 무려 1만5000명의 청중이 운집했다. ‘한국형 TED’라 불리는 CBS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은 15분짜리 미니 강연콘텐트로 SNS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명동성당에서 손석희·서경덕 교수 등을 초청해 열린 ‘리빙 라이브러리’도 있다. ‘살아있는 책(사람)’을 ‘대출’해 이야기를 듣는 신개념 기획이다. 2000년 덴마크에서 시작됐고 시민단체나 지자체의 문화행사로도 확산일로다. 유명인뿐 아니라 역경을 이겨낸 일반인, 혹은 사회적 편견에 희생되기 쉬운 소수자들을 ‘살아있는 책’으로 불러내 소통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KBS의 ‘강연 100℃’도 주목받는다. 역시 명사 아닌, 일반인들이 의미 있는 도전과 경험을 펼쳐놓는다. 다양한 사연들이 어눌해도, 감동적으로 전해진다.
이런 강연 콘텐트의 인기는 결국 최고의 콘텐트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 사람이 최고의 콘텐트가 되려면, 그가 대중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자신만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잘 보여준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신간 『3차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문명과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쉽게 간파되지 않는 이유로 “경제 쪽에 스토리텔링이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리프킨은 또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이미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국가비전과 미래계획으로 담아내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이 있듯이 스토리텔링은 이미 각종 인재 선발 과정에서도 중요 요소로 떠올랐다. 스토리텔링으로 수렴되지 않는 단순한 스펙의 나열은 별 매력이 없다는 뜻이다. “그간 내가 살아온 얘기를 책으로 쓰면 열 권도 부족하다”고 말하던 세대들의 치열한 삶의 경험.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바로 스토리다. 자신만의 삶을 치열하고 진정성 있게 살아내는 것 말이다.
내가 만약 ‘강연 100℃’ 무대에 선다면, 그것도 각종 사회적 명함을 떼고서 달랑 선다면, 과연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거기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은 시작될 것이다. 콘텐트로서 자기 가치도 입증될 것이고 말이다.
양성희 스포츠문화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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