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18:29

특별 좌담 : 보이스톡 서비스 논란


무료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인 보이스톡 등장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망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소비자들은 공짜 서비스에 환호하지만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울상이다. 음성 통화로 수익을 내던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진 다며 반발하고 있다. mVoIP가 어디로 가야 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왼쪽부터 김동주 회장, 김동욱 원장, 이해완 교수.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사회)=mVoIP는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사업 기반으로 삼아온 음성 통화와 겹친다는 점, 그리고 보이스톡을 선보인 카카오톡 가입자가 4000여만 명에 이르러 사실상 보편적 서비스나 다름없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기존의 통신산업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근본적인 도전이다. 무료라고 해도 누군가는 비용을 내야 한다. 지금의 요금 구조 아래서는 망 사업자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고객에게 추가비용을 요구하면 통신요금이 올라 거부감이 크고, 카카오톡 같은 인터넷의 콘텐트 공급업체에 부담을 지우기도 힘들다.

 김동주 정보통신정책학회장·고려대 교수=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다. 앞으로 모바일 인터넷 영상 통화 등 다양한 공짜 서비스가 나올 것이다. 이번 충격을 트래픽 급증에 따른 좁은 의미의 ‘망 중립성’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가 미국에 빼앗겼던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하는 보다 큰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최근 논란이 경제적 또는 기술적 관점에 치중하고 있는데 현행 법률이 어떻게 돼 있느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50조에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일정 요금제 이하에서 서비스를 차단한다든가 통화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이런 법 정신에 위배된다. 이렇게 되면 법이 아니라 통신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배제와 차별이 있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 회장=현실적으로 지금 이동통신 사업자의 수익 70~80%가 음성통화에서 나온다. 현행 요금 체계는 인터넷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음성 통화에는 높은 요금을 매기고, 콘텐트 사업자에겐 무료로 돼 있다. 인터넷 초창기 때는 이런 시스템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시장도 성숙한 단계로 진입했다. 음성 통화의 수익으로 인터넷 콘텐트에 보조금을 주는 식의 현재 구도가 지속되기 어렵다. 우리의 네트워크 품질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망 투자의 부담을 어떻게 분담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김 원장=전기통신사업법 50조를 적용할지는 좀 더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 아직 은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무료 통화서비스는 서비스품질(QoS)이 보장되지 않는다. 부가적 서비스이자 보완적 서비스라는 성격이 강하다. QoS가 보장되는 기존 통신서비스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일단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교수=망 중립성이란 규범적 원칙이 마치 현실적이지 않은 것처럼 혼동해선 안 된다. 미루거나 외면해서도 안 된다. 망 중립성은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가치 있는 규칙이다. 단지 시장에만 맡기자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다. 시장에 맡기려면 공정한 경쟁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며, 새로운 혁신은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mVoIP도 기존 통신시장에 창조적 파괴의 하나다. 정부가 망 중립성의 법적 기준을 확실히 선언해야 시장과 기업도 거기에 적응하고 따라올 것이다.

 김 원장=이번 망 중립성 논란은 과도기적 측면이 있다. 휴대전화 소비자 패턴이 2년 정도의 주기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의 3G 중심에서 LTE로 대세가 넘어가면 요금제에 따른 이용 제한 논란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한시적으로 mVoIP의 통화품질이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 교수=방통위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보면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투명성이 확보돼야 mVoIP에 차별이 있는지 규명할 수 있다. 기술적 트래픽 관리를 교묘하게 하면서 mVoIP의 음성품질을 낮추는 행위가 있으면 망 중립성 위반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도 투명성은 보장돼야 한다. 또한 부분적 허용은 부분적 차단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요금제 사용자에게만 mVoIP를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 회장=세계적 흐름에서 보면 요금제에 따라 mVoIP를 허용하는 것이 대세다. 미국은 망 중립성을 제도화했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쓰려면 월 7만~8만원은 내야 한다. 유럽은 시장 자율에 맡기지만 사실상 7만~8만원을 내야 mVoIP를 허용한다. 우리가 월 5만4000원 이상에서 허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국제적인 기준에 비싼지 아닌지를 따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 원장=앞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강력한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 무료 서비스를 펼칠 때 국가 간의 비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칫 망 투자는 국내 기업이 하고 수익은 외국 기업이 챙겨가는 일이 벌어진다.

 김 회장=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망 중립성은 국내의 법적 시각으로만 분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 세계적으로 빅 데이터(관리하기조차 힘든 막대한 양의 데이터)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은 포갱(4 Gang)으로 불린다. 미국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망 중립성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사실 국익을 위한 측면이 크다. 포갱들의 플랫폼이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교수=물론 망 중립성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정책은 아니다. 방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정도라면 합리적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칫 통신업체들을 과보호하는 쪽으로 흐르면 국내 콘텐트 공급업체들의 혁신적인 상품 개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인터넷 사업의 글로벌한 성격도 수용해야 한다.

 김 회장=초기에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지배력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플랫폼 업체들의 시가총액이 통신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단적으로 네이버 시가총액이 SKT를 넘어섰지 않은가. ICT 전체의 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네트워크의 경쟁력을 잃게 되면 국내 플랫폼 기업이나 단말기 업체들의 경쟁력도 저하된다. 또한 우리의 네트워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른 나라의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선 안 되고, 우리에게 맞는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 원장=현재로선 망 업그레이드 투자를 위해 통신업체이건 콘텐트 공급업체이건 어느 정도 수익을 얻는 쪽에서 일정 부분의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수익이 나지 않는 업체에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의 유튜브처럼 망 용량을 많이 잡아먹으면서 큰 수익을 내는 인터넷 업체들은 공공 기금 형태로 출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가령 정보통신진흥기금 같은 사례도 있지 않은가.

 김 회장=요금 체계도 개편해야 할 것이다. 콘텐트 공급업체는 거의 부담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요금을 내도록 하는 현재의 구도를 바꿔야 한다. 또한 데이터 종량제 도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통신요금 개편이라 하면 대부분 요금 인상으로 오인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10% 정도의 다량 이용자들만 오르고 절반 이상의 소비자의 경우 통신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이 교수=사실 온라인 사업은 우리나라가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 몇몇 글로벌 기업은 일본조차 부러워할 정도다. 그 비결이 바로 그동안 한국이 비교적 망 중립성을 잘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자유롭게 경쟁하고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아직 콘텐트 공급업체들은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고 그들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옷을 입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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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