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0. 11:03

2006년 가을 미국 NBC 방송 프로그램 '약탈자 붙잡기' 팀과 성범죄 감시 단체가 공동으로 작전을 짰다. 인터넷에서 미성년자를 꾀는 어른들을 잡아내려면 기습 작전이 필요했다. 방송팀은 텍사스주 머피에 있는 부자 동네에 집을 빌린 뒤 몰래 카메라를 숨겼다. 얼굴이 앳된 여배우 몇 명은 미성년자로 가장했다. 유혹에 걸려든 사내가 집 안까지 따라오자 배우는 욕실에 간다며 사라졌다. 그 자리에 방송 사회자가 나타나 사내를 다그쳤다. 

▶집 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이 리얼리티 쇼를 통해 24명을 체포했다. 은퇴한 의사, 출장 온 기업인, 학교 교사, 제대 군인 같은 멀쩡한 남자들이 걸려들었다. 20년 넘게 일해온 지방 검사도 끼어 있었다. 검사는 집까지 따라오진 않았지만 채팅방에서 열세 살 소년이라고 믿었던 상대와 음란 대화를 나누다 들켰다. 경찰과 카메라맨이 검사 집으로 들이닥쳤다. 현관에 서 있던 검사는 "나는 누구도 해칠 생각이 없다"면서 머리에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 

▶'유도(誘導) 수사'는 범죄를 저지를 뜻을 가진 사람에게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게 해 현장에서 붙잡는 수사 기법이다. 범의(犯意)가 없는 사람까지 끌어들여 죄를 묻는 함정 수사와는 다르다. 최근 유도 수사는 쓰임새가 넓어졌다. 차 도둑을 잡을 때는 잠금장치를 헐렁하게 만든 뒤 차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놓는다. 이 차는 '꿀 바른 덫'이다. '꿀 묻힌 컴퓨터'로 불법 해커도 잡고, '꿀 바른 사제 폭탄'으로 테러 용의자를 뒤쫓는다. 


▶여성가족부가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단속하는 유도 수사를 법으로 허용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대통령 업무 보고 자리에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고치겠다고 했다. 경찰이 자신을 청소년으로 꾸미고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섹스를 사겠다고 꾀는 어른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위장 경찰이 먼저 성 거래를 제안하면 법에 어긋난 함정 수사다. 유도 수사는 법원 판례로 일부 인정됐지만 지금껏 법 규정이 없었다. 

▶아이를 성매매 대상으로 삼는 못된 어른을 잡으려면 유도 수사보다 더한 조치가 필요할지 모른다. 영국은 유도 수사를 허용하지만 스웨덴·네덜란드에서는 불법이다. '약탈자 붙잡기' 프로도 '행동의 방아쇠를 당길 기회가 없었다면 죄를 짓지 않았을 사람'까지 옭아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아담과 이브가 먹지 말라던 과일을 따 먹을 때부터 인간은 유혹에 약한 존재다. 범죄인 몇 명 더 잡으려고 무고한 시민들까지 덫에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31/2013033101422.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