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추차(프랑스 여성) 5페소, 폴라크(폴란드 출신 유대 여성) 2페소, 크레올(유럽계 백인과 현지인 사이의 혼혈) 1페소!”
1927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성매매 ‘가격’이다. 양차 대전 사이에 프랑스에서 일부 젊은 여성들은 아르헨티나로 팔려가 성매매를 했다. 특히 유럽에서 더욱 약자가 되어가던 폴란드 출신 유대 여성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국가를 넘나들며 조직적으로 여성들을 알선하고 모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에게 매겨지는 ‘가격’은 인종에 따라 다시 차등적으로 형성된다.
이 사실은 당시 기자인 알베르 롱드르(Albert Londres, 1884~1932)의 르포르타주를 통해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롱드르는 성매매가 결국 경제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착취이며 성매매를 통해 여성을 과거의 노예처럼 매매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고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애자 남성의 지배체제 속에서 여성의 성은 이처럼 꾸준히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성매매를 단지 ‘개인 간의 성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옛날 얘기라고? 요즘은 어떨까.
마침 학술지 <세계개발>의 2013년 1월호에 ‘합법화된 성매매가 인신매매를 증가시키는가’라는 논문이 실렸다. 영국과 독일, 스위스의 연구진에 의해 이루어진 이 논문은 150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고 그중에서 특히 세 나라에 대해 사례연구를 했다. 스웨덴, 덴마크 그리고 독일이다. 이 세 나라를 대표 사례로 선정한 이유는 각각의 나라가 다른 유형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모든 상업적 성거래가 불법이며 성 판매자는 비범죄화한다. 덴마크는 개인 간의 성매매만 허용한다. 그리고 독일은 제3자가 개입되는 성매매도 합법인 국가로 업주에 의한 고용·알선이 모두 허용되어 유럽에서 가장 큰 성매매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스웨덴이 덴마크보다 인구가 40% 많음에도 인신매매 피해자는 덴마크가 스웨덴의 4배를 넘었다. 또한 스웨덴보다 인구가 10배가 조금 안 되는 독일의 인신매매 피해자는 스웨덴의 62배나 된다. 즉 성매매의 합법화 정도에 따라 인신매매의 비중도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현재 한국에서 성매매 특별법 위헌법률 심판 제청이 이루어졌고, 담당 판사는 결정문에서 “성인 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성매매가 발생하므로 성 판매자에 대한 처벌에는 반대하며, 그 부분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 이유가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성 구매자도 ‘자기결정권’이라는 근거하에 처벌할 수가 없어진다. 결국 ‘개인 간의’ 성매매를 합법화할 위험이 있다.
앞서 언급한 논문에서 분석된 사례처럼 현실적으로 합법화는 인신매매를 수반하는 불법시장도 함께 늘리게 된다. 그러므로 성매매 여성이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를 따지기보다 성매매를 합법화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스웨덴 모델이 모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성매매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와 성매매가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을 혼동하면 안 된다. 절대다수의 구매자가 이성애자 남성이며 절대다수의 판매자는 여성이다. 성매매에서 사고팔리는 것은 ‘성관계’라기보다 돈을 매개로 한 ‘권력’이다. 개인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이 기울어진 권력의 장에 침묵한다면 이는 인권에서 더욱 멀어지는 길이다.
이라영 집필노동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709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