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들여다보면서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특별히 국가브랜드위원회를 해체함으로써 장기간 진행해온 한국의 국가브랜드 제고 노력을 저버리는 것이 그렇다.
모든 국가엔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는 패션과 디자인, 스위스는 정확성, 타이는 관광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4대에 걸쳐 인연을 맺어온 필자도 한국의 정체성을 한두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국가브랜드 정립 작업은 우선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규명하려면 우리 자신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의 브랜드 정립 작업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과연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정확한가? 그 시각에 한국이 공감할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뿐더러 우리의 경제사회 발전 속도와는 불일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구상엔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21세기에도 한국은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전쟁, 빈곤, 북한의 도발, 노사갈등, 국회에서의 주먹다짐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다. 이런 이미지는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 발휘에 큰 제약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한 축의 시각이다. 따라서 한국의 상품, 기업 및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의 노력들은 세계시장 잠식을 위한 것들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브랜드 분야의 구루(guru·스승)인 월리 올린스는 “대부분은 국가브랜드의 가치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리드하는 반면, 한국은 유일하게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가 국가브랜드 가치를 훨씬 압도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란 변하는 것이고, 한국에 대해 알게 되는 사람이 늘어나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국제적 이벤트 개최 등으로 한국의 이미지 또한 개선되고 있다. 한국의 운동선수들, 연주자들, 기업과 상품, 월드컵, 한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엑스포 및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확실히 높였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국가 이미지를 바꾸고자 한다면 브랜드 정립의 마지막 단계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길 원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진솔하고 투명한 토론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 이후 우리의 국가 이미지 개선 노력은 계속돼왔다. 2002년 월드컵 무렵에는 총리실 주도로 ‘다이내믹 코리아’란 슬로건을 채택·활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가이미지위원회를 설립해 노력을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마케팅·언론·문화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립했다.
브랜드위원회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정체성을 파악한 뒤 우리의 메시지를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국을 홍보하는 민관 기관의 활동을 총괄·조정하여 한국의 핵심적인 정체성을 일관된 한국의 국가브랜드로 정립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제고를 민간 자율에 맡길 정도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했으나 상당히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하면서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 기여해왔다. 그런데 국제적 위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그런 노력을 중단하고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세계가 보고자 하는 대로 방치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열고자 하는 국민행복시대의 폭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피터 언더우드 국가브랜드위원회 민간위촉위원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716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