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본 곳 중 미국의 힘을 가장 느낀 장소를 고르라면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를 들고 싶다.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을 쏘아 올려 달 탐사를 주도한 역사의 현장. 지금은 2025년을 목표로 인간의 화성 착륙을 지휘하는 꿈의 공장. 우주센터는 미국 우주개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녹아 있는 곳이다. 이곳엔 실제 달을 다녀온 로켓이 전시돼 있고, 직접 로켓 발사대 위에 올라가 볼 수도 있다. 한 달 전 이곳을 방문했는데 나로호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우주개발은 속도전이나 벼락치기가 불가능한 영역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케네디 우주센터는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로켓 발사 체험을 하는 시설도 있고, 실제 우주인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우주 도전사를 그린 영화를 볼 땐 외국인인 기자도 절로 감격스러워질 정도였다. 옆을 보니 벅차오르는 애국심에 눈을 훔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육성이 귀에 아른거린다. “우린 10년 내에 달에 갈 겁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미국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년 2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센터를 찾아 우주 비상의 꿈을 간직하고 간다. 이들은 대부분 열렬한 우주탐사 지지자가 된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아픔의 역사까지도 성공과 함께 취급된다는 점이다. 우주센터엔 실패와 시행착오의 기록도 숨기지 않고 전시돼 있다. 지난 1일 이곳에선 컬럼비아호 사고 10주년을 기억하는 행사가 성대히 열렸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2003년 지구 귀환 도중 폭발해 승무원 7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동료들은 “NASA 직원 모두 다시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며 “실패를 이기려는 도전이 우주 강국 미국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런 우주센터지만 지난달 로켓 발사대 하나를 매물로 내놨다. 비행기 조립공장과 관제센터 일부도 팔겠다고 선언했다. 책상과 의자 등 집기까지 판매 리스트에 올렸다. 경제 위기에 따른 예산 감축 때문이다. 우주개발은 계속해야 하고 돈은 없으니 이렇게라도 벌충하려는 것이다. 막대한 돈이 드는 우주개발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어느 때보다 국민적 자긍심이 높아졌지만 앞으로 갈 길은 더 멀고 험난하다. 안타깝게도 마음이 급하다고 질러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우주기술은 그 나라 국가경쟁력과 과학기술의 총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우주산업이 창출하는 신기술과 경제 파급효과는 놓칠 수 없는 영역이다. 우주강국은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수많은 눈물과 실패의 역사를 딛고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이다. 힘든 여정을 이겨내기 위해선 모두가 꿈을 공유해야 한다. 미 우주센터는 그 진리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상 복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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