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춘절(春節·설)이 가까워지면 베이징의 식당가는 종업원 구인난에 시달린다. 지난주부터 절반 이상의 종업원들이 새 얼굴로 바뀐 음식점이 허다하다.
올해는 특히 극심한 스모그 때문에 정이 더 떨어진 지방 출신들이 일찌감치 일을 접고 귀성길에 올라 구인난이 더 심하다고 한다.
눈에 차는 일손을 찾아 백방으로 헤맸다는 단골 식당 점주. 요즘은 지방에도 일자리가 늘어나 굳이 숨쉬기조차 어려운 베이징에서 일할 의욕이 안 생긴다는 종업원들.
날씨가 풀리면 다시 스모그에 시달릴 테고 곧 있을 황사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토로한다.
객지 생활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길게는 3~4년에 한 번 하는 귀성이니 며칠이 걸려도 고향으로 갈 테지만 요즘 소득 수준이 웬만한 중국인들은 굳이 춘절에 맞춰 고향을 찾지 않는다.
그렇다고 폐에 끔찍한 영향을 미친다는 초미세 먼지가 짙어지는 대도시에 머무를 리도 없다. 최대 2주나 낼 수 있는 춘절 연휴 때 아예 중국을 떠나 유럽·미국·동남아 등 해외 휴양지로 몰린다. 한국에도 6만3000명의 요우커(遊客·관광객)들이 들이닥친다고 한다. 명절을 맞아 한산했을 서울 도심의 쇼핑가와 관광지가 요우커들로 한바탕 들썩거릴 모양이다.
얼마 전 신년회 자리에서 한국을 자주 오가는 지인들이 터트린 불만을 들은 일이 있다. 한국에선 시끄럽고 덜 씻는다는 선입견으로 요우커들을 기피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집단문화의 영향에, 머리를 자주 감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활 관습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문화 충돌인데 냉대를 받고 나니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속이 뒤집어지더라는 것이다.
연휴 때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의 씀씀이가 워낙 커서 이들에 대한 첫인상이 돈과 결부돼 그렇지 따지고 보면 이들은 지역사회와 소속 직장에서 오피니언 리더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압축 성장으로 인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지만 춘절에 해외 여행 정도 갈 수 있는 계층은 13억 중국인들 가운데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마침 인내의 한계를 시험 받는 맹독성 스모그에 시달리다 떠나는 춘절 여행인 만큼 한국의 녹색 환경과 청정 이미지를 각인시킬 기회다. 먹거리 안전 때문에 늘 심리적으로 쫓기고 오염된 공기를 깊이 마시며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요우커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자극하는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이다. 가족을 이끌고 베이징에 나와 살다 보면 환경은 경제성장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신념이 생기게 된다. 질 높은 도시생활은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이자 갖고 싶은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청정 산업 경쟁력과 원천기술, 관리 노하우를 앞세워 중국과 전방위에서 에코(Eco) 산업외교를 펴야 할 때다.
정 용 환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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