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 12:49

예쁜 여자 후배가 있었다. 사진과 후배다. 남자 후배들이 ‘여자 좀 소개해줘’ 할 때마다 그녀를 이용했더랬다. 착한 얼굴과 착한 몸매의 그녀를 다들 환호했고 그녀 또한 그런 호감을 즐기는 눈치였고.

하지만 그들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두세 번이 고작이다. 덕분에 난 계속 많은 남자를 바꿔가며 소개해주고 매번 고맙다는 인사도 듣고.

착한 얼굴과 착한 몸매. 처음엔 다들 ‘혹’ 하지만 마음 잡는 역할은 못하는 모양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겉모습은 그저 포장일 뿐. 소개받은 이성을 포장도 뜯지 않고 거실 한구석에 장식해 놓을 건 아니니 아마도 그녀의 포장 속 내용물이 별로였나 보다.

‘자라’나 ‘유니클로’란 중저가 브랜드가 있다. 유행을 재빨리 분석해 재빨리 만들어 망설임 없이 재빨리 살 수 있게 저가로 파는 회사다. 해마다 나도 몇 개씩 구입한다. 앞선 유행 옷을 싸게 사는 재미가 쏠쏠해서다. 값이나 소재나 그런대로 괜찮다. 하지만 다음 해에는 싫증나서 잘 꺼내 입게 되지 않는다.

반면에 몇십 년 동안 모양이 바뀌지 않는 명품이 있다. 첫눈에 ‘혹’하진 않지만 두고두고 손길이 가는. 사람도 두 종류다. 착한 얼굴과 착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미인미남은 아니어도 두고두고 마음이 끌리는 사람.

요즘엔 길거리에 최신 유행을 좇는 중저가 브랜드 얼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청담동이나 압구정 거리에 가면 하나같이 ‘쌍꺼풀 눈, 오뚝한 코, 뾰족한 얼굴’이다. 비슷한 얼굴에 옷과 화장까지 비슷해 ‘같은 공장에서 막 출고되어 나온 물건들’ 같다. 지하철이나 길거리나, 심지어는 움직이는 버스 광고까지. ‘유행 따라 고치세요, 고치기 전과 고친 후, 자신감을 드려요.’

자신감? 언청이나 화상이나, 기형인 사람들 경우다. 멀쩡한 얼굴을 뜯어고쳐 생긴 자신감은 조금만 나이 들면 금방 사라진다.

첫인상이 중요해서라고? 이제 사람들의 판단력도 최첨단이다. 포장 속 내용물 알아내는 데 채 30분도 안 걸린다.

중저가 브랜드 오리지널 컨셉트가 ‘싸게 한 해 유행 즐기고 버리기’라 하더라. 명품인 자신을 유행 지나면 버려지는 중저가 브랜드로 취급하지 마라. 성형광고에 나온 수술 전 얼굴도 자꾸 보니 수술 후 얼굴보다 훨씬 낫더라.

태어나면 100년씩은 써야 하는 우리 몸. 그래서 다 명품이다. 언젠가는 명품 백을 유행 따라 모양을 바꿔 끈을 달았더니 싫증나서 조카에게 줘버린 적이 있다. 이는 성형수술 후 자살로 자신을 내버리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간단한 쌍꺼풀이나 코 높임도 아니고, 브이라인을 위한 양악수술은 심장이나 폐 수술만큼이나 위험한 수술이라 하던데. ‘브이라인 에스라인…죽여줘요’의 유행가 가사 속 ‘죽여줘요’가 정말 ‘죽여줘요’인가 보다. 씁쓸하다.



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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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