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9. 23:18

아시아나 항공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 후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한 번 터지면 물불 안 가리는 중화민족주의였다. 자국 여고생 3명 사망에 대한 중국인들의 슬픔과 애도가 언제 든 한국인에 대한 분노로 돌변할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3억 명이 넘는 웨이보(微博·중국 트위터) 군단이 이를 주도할 경우 중국 전역에 ‘반한’(反韓) 광풍은 보나 마나다. 한데 이번엔 사건 발생 10여 일이 지나도 중국인들은 ‘냉정’을 유지하고 있다. 종편 채널A 앵커의 ‘사망자가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라는 식의 비이성적 멘트에도 차분하다.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과나 애도의 ‘진정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고 다음 날인 7일 오전 주중 한국대사관은 한국어와 중국어 홈페이지에 애도와 위로의 글을 올렸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이를 본 한 중국인 교수의 멘트가 함축적이다. “외교적 요식 행위인 건 분명하지만 진솔하다는 느낌도 든다. 해외 중국인 사망 사고 후 당사국 외교공관이 애도의 글을 올린 건 처음 본다.”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중국인들의 아픔을 같이했다. 국가 원수 간 당연한 외교적 행위겠지만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더 ‘오랜 친구’(老朋友)를 지향했던 터라 애도의 진정성은 더 깊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리젠화(李建華) 중국 닝샤후이(寧夏回)족 자치구 서기는 9일 개막된 한·중 우호주간 행사에서 성 서기급(장관급)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이번 사고가 한·중 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시아나 사과 광고도 일조했다. 12일 인민일보 등 20여 개 중국 매체에 “이번 사고에 대한 슬픔과 위로를 보내고 사후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갑자기 중국 언론이 ‘아시아나에 한 수 배워야 한다’고 해 버린 거다. 관영중앙TV(CCTV)의 류거(劉戈)라는 해설위원은 “아시아나 광고는 다분히 사건 확대를 막고 최대 항공시장 중국의 잠재적 고객들을 잃지 않으려는 계산이 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에 과연 아시아나 같은 기업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즉 중국 기업은 사고가 나면 고위 공무원 매수→피해자 회유→책임 전가라는 3단계 해결법을 가보처럼 여긴다고 지적했다. 속 보인 광고일지라도 아시아나처럼 사과하고 슬픔을 같이하며 위기를 타개하는 관리법을 (중국 기업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과와 애도의 진정성이 가져온 덤이라면 덤이다. 동시에 ‘진정성’은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자주 잊고 사는 것 아닌가 하는 경계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2078335&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