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허섭쓰레기도 쏟아내지만 진솔한 삶의 지혜도 자주 전한다. 얼마 전 한 친구로부터 이런 글이 날아 들었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하던 한 인류학자가 부족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제의했다. 멀리 떨어진 나무아래 싱싱하고 달콤한,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힘든 딸기가 가득한 바구니를 놓아두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모두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말이 통역되어 아이들에게 전해지자마자,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나란히 함께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이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입안 가득 딸기를 물고 키득거리며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왜 손을 잡고 함께 달렸냐고 물었다. 아이들의 입에서는 일제히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한 아이가 덧붙였다. "나머지 아이들이 모두 슬픈데 나 혼자 어떻게 기쁠 수 있나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우분투는 남아공과 짐바브웨 현지어로 '사람(Ntu)'에 추상명사를 만드는 접두어 'Ubu'가 붙은 말이다. 따라서 추상명사인 '인간성'이나 '인간의 가치'에 가깝다. 반면 위의 이야기에서 아이들이 외친 우분투는 그런 낱말이 아니라 사람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유적(類的) 존재라는 아프리카 전통의 가르침에 가깝다. 남아공 민주화와 역사 화해 과정을 주도한 넬손 만델라 전 대통령과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를 통해 지구촌에 널리 알려진 우분투 사상은 '우리가 함께 있어서 비로소 내가 있다'로 요약되며, 타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다.
물론 공동체적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이 '아프리카 인도주의'로도 불리는 우분투 사상 고유의 것일 수는 없다. 공동체적 인간에 대한 인식은 고대 그리스 이래, 더욱 뚜렷하게는 근대 계몽사상에서 사회주의에 이르기까지 서양사상의 굵은 갈래를 이루었다. 동양적 전통과의 친밀성은 물론이다. 가령 마틴 부버의 <나와 너>는 너나 그것 등 타자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인식될 수도 의미를 띨 수도 없는, 관계 의존적 인간 인식을 설파했다. 고 김춘수 시인의 명시 <꽃>의 절구인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도 그런 인간존재에 대한 지향으로 읽힌다. 정현종 시인이 <섬>에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희망한 대상도 같다.
따라서 아프리카 아이들 이야기가 던진 감명은 그런 인식 자체라기보다는 그런 인식이 아이들이 행동에 옮길 정도로 개개인에 깊이 뿌리를 내린 점이다. 그런 인식과 실천에 미쳤을 영향에 비추어 가정과 학교, 사회의 가르침이 그만큼 충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너무나 초라한 한국사회의 공동체적 소양 교육의 현실도 떠오른다.
물론 그 아프리카 아이들이 나눠먹기에 충분한 딸기가 아니라 서로 나누기 어려운 가치나 목표에도 늘 손을 잡고 함께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입학 때 미리 가리든 졸업 때 마지막으로 가리든 언젠가는 우열을 다툴 고등교육 과정, 사회적 희소 재원, 특히 애초에 공유할 수 없는 배우자 선택 등을 생각하면 이 이야기의 속편이 전편처럼 아름답기는 어렵다. 다만 적어도 일생에 한번이라도 그런 가르침에 젖은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경쟁에서 이기거나 졌을 때 패자나 승자에 대한 태도에서 크게 다르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화해 능력도 다를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 구상이 사실상 무너지는 과정에서 느껴야 했던 아쉬움도 우분투의 결여를 있는 대로 드러낸 한국사회의 실상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야의 태도가 안은 문제점을 거듭 들추기에 앞서 공공의 혜택은 최대한 누리려고 애쓰면서도 눈곱만큼의 기여에도 인색한 국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공생의 기본 조건과 동떨어진 국민에게 공생사회의 밝은 미래는 신기루일 뿐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실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8/h201308142103191205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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