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사건으로 논란이 많다. 갖은 고난을 딛고 한국행을 꿈꾼 10대들이 우리 공관 잘못으로 다시 사지(死地)로 끌려갔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허술한 탈북자 보호를 탓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도 부산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면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 딜레마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다. 그렇지 않으면 요란하게 떠들다가 이내 관심을 잃는 습관을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비분강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저 이번 탈북자들이 10대 '꽃제비'로 알려진 점을 주목할 만하다. 그 때문에 더욱 논란이지만, 라오스 정부로서는 '난민'으로 다루기 한층 어려웠을 수 있다. 유엔난민협약에 따른 난민은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탈출한 경우에 해당한다. '꽃제비'처럼 주로 경제적 이유로 탈북한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다.
물론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자연재해와 기아 등으로 생명과자유를 위협받는 이는 모두 난민으로 간주, 인도적 보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본국에 송환되면 처벌받을 것이 명백하면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난민 인정은 국제법적 강제력은 없어 주권국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라오스는 중국을 거쳐 입국한 탈북자 1,000여명의 한국행을 조용히 도왔다. 이번에는 이런 외교적 '신사협정'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 배경은 알 수 없다. 때마침 라오스 고위층이 평양을 방문 중이었던 사실에 주목할 뿐이다. 어쨌든 '꽃제비' 9명이 집단으로 한국행에 성공, 여느 때보다 떠들썩하게 북한 인권과 탈북 참상이 국제적 조명을 받을 것을 라오스도 꺼렸을 수 있다. 라오스와 중국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과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탈북자 문제, 탈북자 정책의 핵심은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책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있다. 이에 관해 양길현 제주대 교수 등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국가전략> 2013년 19권1호:세종연구소)는 조용한 '중국 설득'과 탈정치적 국제 공조 및 배후지원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탈북자 문제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현재 5만 명으로 추정되는 동북 3성의 탈북자를 방치하면 접경지역의 안정을 해친다. 또 탈북자가 늘어나 북한 체제가 흔들리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한다. 이 때문에 탈북자와 지원단체를 단속하고 북한의 탈북자 추적을 돕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을 인도적 차원을 넘어 국제법적으로 비난할 근거는 부족하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 탈북자 지원단체의 조직적 기획으로 우리 공관이나 국제기구 사무소로 들어간 탈북자를 제3국 추방 형식으로 한국과 미국으로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기획 망명' 또는 '기획 입국'은 탈북자 문제의 국제 여론화 효과 못지않게 탈북자 단속을 재촉, 다수 탈북자를 희생시키는 부작용이 크다.
이처럼 탈북자 문제는 중국과 우리가 함께 안고 있는 딜레마다. 옛 서독처럼 탈북자를 우리 국민으로 간주해 적극 보호하라는 주장이 있지만, 서독과 우리의 국적 규정과 국제정치 역학 및 영향력은 다르다. 중국 국익을 무시한 채 탈북자 인권을 부각시키는 '인권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탈북자들이 대개 강제송환 위협이 없으면 북한과 끈을 잇기 쉬운 중국 체류를 원하는 사실도 유념할 만하다.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북중 접경지역 등에 정착촌 개념의 수용시설을 설치해 강제송환 없이 탈북자를 보호하도록 중국을 조용히 설득하는 국제공조 노력이 필요하다. UNHCR이 수용소를 관리하고, 우리는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것이 탈북자 정책의 근원적 딜레마를 정직하게 헤아린 현실적 해법이라는 학자들의 권고를 새겨들을 만하다.
강병태 주필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6/h20130603210301244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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