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연봉 차가 우정마저 갈랐다
대-중기 신입 연봉격차 1205만원으로 더 벌어져
대기업 평균 3459만원·중소기업은 2254만원
공기업도 800만원↓…2009년이후 줄곧 확대
“정부서 중소기업 복지 등 특단 조처 취해야”
#1. 경기도 안산의 기계부품업체 김아무개(40) 사장은 신입사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사장이 생각하기에는 연봉이 낮은 편도 아니다. 4년제 대졸 신입사원에게 연봉 2500만원을 주고 있다. 그는 “다른 업체에 비해 연봉이 높은 편인데도 지원자가 없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연봉을 올릴까 고민중이지만, 대기업과 연봉 차가 커 지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 서울 봉천동에 있는 중소기업의 입사 3년차인 서아무개(28)씨는 최근 대학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그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을 나왔다. 2010년 대학 졸업 뒤에도 만나던 사이지만, 만날수록 자신이 초라해져 요즘은 만나지 않는다. 서씨는 “처음에는 1000만원 정도 나던 연봉 차이가 최근에는 더 커졌다”며 “첫출발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만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올해 4년제 대학을 나온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연봉은 3459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소기업은 2254만원으로 1205만원의 격차를 보였다. 취업포탈 잡코리아는 대기업 180개와 중소기업 406개를 대상으로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을 조사해보니 이런 결과를 보였다고 9일 밝혔다.
대·중소기업간 연봉 차이가 계속 커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2009년 1120만원이던 차이가 2012년에는 1205만원으로 커졌다. 이에 대해 잡코리아 관계자는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서 대기업은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려고 연봉·인센티브 등을 매년 향상시키는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 인재 확보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사실 대·중소기업의 격차는 2008년이 최고조였다. 당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소기업은 임금 삭감을, 대기업은 임금 동결 또는 소폭 인상을 하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중소기업 평균연봉은 전년(1973만원)보다 10% 이상 줄어든 1733만원인 반면, 대기업은 전년(2985만원)에서 조금 오른 3093만원으로 1360만원의 격차를 보였다. 이후 중소기업이 연봉 수준을 환원하거나 높여 2010년 평균연봉 2000만원대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2000만원대 초반 수준이다. 반면, 대기업 신입 평균연봉은 2008년 3000만원을 넘어선 뒤 올해는 3000만원 중반대에 이르는 등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채용 장려금으로 첫해에 500만~600만원을 지원하지만, 임금 상승이나 복지를 늘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나 물량을 제대로 확보해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해마다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교육훈련 등 자기계발 기회나 복지를 제공하는 등 특단의 조처가 있지 않고서는 격차를 줄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아울러 대기업과 공기업, 외국계 기업과의 격차도 해마다 커지는 양상이다. 사실 공기업은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 큰 차이가 없었다. 2006년의 경우, 공기업 신입 평균연봉이 2812만원으로 대기업(2815만원)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2008년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공공기관·공기업 신입사원 초봉을 삭감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격차가 2009년 542만원으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800만원까지 벌어졌다. 외국계 기업 역시 매년 격차가 커져, 올해는 평균연봉이 2940만원으로 대기업보다 평균 519만원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기업 중에서도 업종과 기업에 따라 연봉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초임이 약 5000만원에 이르는 반면, 2000만원 후반대의 연봉을 주는 대기업도 있다. 주로 에스케이건설, 현대삼호중공업, 엘아이지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건설·금융업종의 연봉이 높았고, 롯데알미늄, 한진, 아워홈 등 유통·물류 쪽 업종의 연봉이 낮았다.
이정훈 기자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321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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