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유아용품업체인 스토케의 최고경영자가 8일 한국 지사 설립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최고급 유모차인 익스플로리는 한국에서 전 세계 판매 대수의 13%가 나간다"며 "(한국이) 개별 국가로는 독보적 매출 1위 시장이다"고 했다.
'벤츠 유모차'로 불리는 스토케의 익스플로리는 판매 가격이 169만원이다. 그것도 올 초 "수입 유모차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난 5월 20만원을 내린 가격이다. 그러나 같은 제품이 네덜란드에서 111만원에 판매되는 것이 비하면 여전히 비싼 편이다. 10만~60만원대인 국산 유모차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유모차는 최근 2년간 국내에서 9000대 넘게 팔렸지만 지금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잘나간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를 넘고 신생아 수는 9배나 많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렸다. 스토케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이 지역별 모임을 갖기도 한다. 스토케 유모차를 무슨 신분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고 그래서 더 기를 쓰고 장만하려는 게 요즘 풍토다.
유모차만이 아니다. 유아·아동복, 기저귀, 젖병, 카시트, 침대에다 30만원대 유아용 수입 딸랑이까지 고가(高價) 외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한 자녀 갖기가 일반화하면서 젊은 부부들이 '내 아이만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허영심에 빠져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명품으로 치장하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지갑을 털고 있다.
통계 수치로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선진국에 비해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다. 지니계수는 0.310, 최상위 10% 소득을 최하위 10% 소득으로 나눈 소득 10분위 배율은 10배로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민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훨씬 심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이는 상당 부분 우리 사회의 명품 과소비와 관련이 있다. 갓난아이에게 수입 기저귀를 채우고, 수입 젖병을 물리고, 수입 유모차를 태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일부 계층의 과시적 소비가 위화감(違和感)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최고급 유모차 판매 세계 1위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9/20121109026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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