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있는 유명감독들과 식사나 차를 같이할 때 꼭 묻는 것이 있다. "당신의 아이가 장래에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하겠는가?"
거의 대부분 감독이 "아이가 원한다면 시키겠다"는 답을 줬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기왕 영화를 하고 싶다면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할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일까? 본인들이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성찰과 자연에 대한 탐구, 그리고 신화 우주 종교 등과 같은 영화의 가장 기본이 되어줄 것들을 깊게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영화뿐 아니라 어떤 직업을 택하든 인문학·사회학·철학에 대한 소양이 가장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소양이 부족한 까닭에 작품을 기획할 때마다 많은 고통을 느낀다"고들 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이건 아마도 편견일 텐데 왠지 인문학을 한다고 하면 먹고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아니고, 셈을 하는 학문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부터 경제계 대다수 CEO도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가까이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그 열풍이 전해지고 있다. 늦게나마 참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미래가 되어줄 젊은이들이 좀 더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해야 할 텐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젊은이들이여, 거창하게 말할 거 없이 인문학을 가까이하자. 위대한 사상가나 작가들이 고민했던 삶의 원리와 근본에 대해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이렇게 그들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우리의 사유 역시도 확장되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민기 화인웍스 대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16/2012051603423.html
'교양있는삶 > 사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틱] 멘붕이라는 징후 (0) | 2012.08.14 |
---|---|
[@뉴스룸/박중현]우리 옆의 ‘미래형 일자리’들 (0) | 2012.08.14 |
[싱크탱크 시각] 집단지성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0) | 2012.08.14 |
[윤희영의 News English] 휴일의 역설 : The holiday paradox (0) | 2012.08.14 |
[세상읽기] 베이징 강타한 천광청 탈주극 (0) | 2012.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