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4. 00:58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이 2011년 확정되었을 때, 경쟁 지역이자 탈락 지역이었던 독일 뮌헨의 주민들은 축배를 들었다.


2년 뒤 2022년 겨울올림픽 개최 유치신청 과정에선 독일 뮌헨 등 해당 지역은 주민투표를 실시해 아예 유치신청 자체를 거부했다. 지역 주민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조건과 땅값 인상, 경기장 건설로 건설기업, 은행이 챙겨가는 이익이 자명한 만큼이나, 지역공동체에 돌아오는 것은 적자와 부채로 인한 세금 증가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17일간 진행되는 행사를 위해 알프스의 오래된 자연, 경관, 문화가 파괴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올림픽 유치 반대는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고,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지역과 주민이 입을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는 일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는 일이고, 공적 예산을 공공 분야에 투여하도록 촉구하는 일이라 본다. 이 때문에 이 활동이 지역발전을 저해한다고 지탄받거나, 매국적 행위라고 비난받는 일도 없다.


독일만이 아니다. 스위스의 장크트모리츠-다보스, 폴란드의 크라쿠프에서도 주민투표로 2022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부결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도 의회의 반대로 신청이 불가능해졌다. 오스트리아 빈의 2028년 겨울올림픽 개최 추진 역시 주민투표 결과 무산됐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소치야말로 최악의 환경파괴가 이뤄진 올림픽 개최라는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소치 국립공원 안에서 오래된 수령의 주목과 회양목들이 대거 벌목됐고, 자연보호구역 내 광범위한 채굴이 행해졌다. 또한 종합경기장과 스키 활강장 40㎞를 연결하기 위한 도로와 철도가 천혜의 므짐타강을 제멋대로 지나며 소치 주민 식수원의 수질을 악화시켰다. 강 주변을 감싸고 있던 원시림도 훼손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은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와의 인터뷰에서 “벌목된 나무 한 그루당 세 그루 이상 식재로 만회하겠다”고 했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원시림을 베고 생태적 특성과 무관한 야자수나 덤불을 이식하고 생색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다섯 동그라미의 깃발에 환경보호를 새겨 넣은 지는 오래됐다. 2006년부터 올림픽경기가 열리는 지역에서 자연·환경 훼손 고려는 의무사항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개최 준비가 환경 규준에 따라 이행되는지 여부를 감시할 의무도 갖고 있다.


독일 언론은 수만명의 선수, 코치, 관계자, 관객, 언론인을 동원하는 대규모 행사가 환경훼손 없이 가능할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2018년 평창 역시 자연보호구역 가리왕산에 세워지는 스키 활강 구간에 대한 반대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와 지역발전을 등식화하고 있다. 500년 이상 보존해온 산을 파헤치고, 공사비와 복원비용 2천억원 낭비를 감내하면서 가리왕산에서의 활강 경기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대회 전 경기를 정선에서 개최하고 활강 경기를 용평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조정하면, 500년 숲의 가리왕산도 보전하고, 절약된 예산으로 주민들을 위한 공공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제안은 최문순 강원도지사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소치올림픽은 “푸틴을 위한 잔치”, “푸틴의 발밑에 놓인 자연생태계”란 말을 낳았다. 가리왕산 벌목이 임박해 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에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최문순 도지사의 숙고와 결단이 필요하다.



임성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54091.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