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연세가 있으신 내 어머니뻘 되시는 분께서 내가 최근에 진행하는 마음치유 콘서트에 오셔서 물었다. “최근에 암 판정을 받았는데요, 제가 지금 너무 외롭고 죽음이 무서워요. 스님,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말씀하셨다. 그 질문자께 마이크를 드렸는데 그분은 양손을 부들부들 떨고 계셨고 목소리와 얼굴엔 두려움과 슬픔이 가득하셨다. 아, 뭐라고 말씀을 올려야 하나? 그 순간 머리가 하얗게 비고 솔직히 무슨 지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의 몸은 한걸음 한걸음 그분 가까이 가고 있었고, 그분 앞에 서자 어머니 같으신 그분을 꼭 껴안아드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한참을 서서 그분을 붙잡고 같이 엉엉 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파서 울었고, 그분이 내 어머니와도 같아서 또 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진정이 되면서 그분께 “괜찮아지실 거예요, 괜찮아지실 거예요”를 몇번 되뇌면서 다시 강연석으로 돌아왔다. 주변을 보니 또 많은 분이 붉어진 눈시울을 닦고 계셨다. “그래요, 우린 몸이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어요. 안 그래요? 누가 조금 일찍 가고 조금 늦게 가고의 차이일 뿐이에요. 사실 저도 생사문제 해결하려고 승려가 되었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한가지만 좀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에요. 힘들고 외로운 순간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이 되어도 내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면 나를 항상 아껴주고 걱정해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그리고 혹시 성당이나 교회에 다니신다면 항상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보세요. 우릴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사랑하시는 그분이 계셔요. 혹시 절에 다니신다면 내가 어려울 때 자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면 바로 그 순간 관세음보살님도 우리를 생각하시고 걱정하세요. 정말이에요.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혼자가 아니에요.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그분만을 생각하고 입을 열기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우리 현대인들은 병이 없는 채로 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요, 병이 있어도 그 병을 잘 관리해 가면서 오래 사는 것이에요. 예전에 미국의 어느 신문에서 읽었는데요, 현대인들이 예전 세대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해요. 그런데 그 이유가 예전부터 있었던 병이 없어져서가 아니고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병들을 잘 관리해 가면서 오래 사는 법을 알아서 그렇대요. 누구나 크고 작은 병을 가지고 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병을 잘만 관리해 가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어요. 이 점이 통계로 나왔어요. 그러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세요.”
감사하게도 청중들을 살펴보니 모두 머리를 끄덕이시며 아주 주의 깊이 듣고 계셨다. “마지막으로 종교가 있으시면 이렇게 한번 기도해 보세요. ‘언제나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사랑하심과 불보살님들의 자비하심 안에서 내가 비워지고, 비워지고, 또 비워져서, 앞으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나든 심하게 저항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다 수용하게 해주세요’라고요. 물론 병마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셔야 하겠지만, 이 모든 힘든 일을 나 혼자 다 하고 있다 생각하면 힘들어요. 그분과 함께 하시고 결과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자세를 가지시면 이 경험 안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돼요. 그리고 또 필요없는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서 나와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게 됩니다. 제가 오늘부터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용기 내세요!”
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438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