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21:36

25일자 A29면 '여수엑스포에서 만나는 특별한 수궁가'를 읽고 궁금했던 의문이 풀렸다. 1년 전 바로 그 독일인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한 수궁가를 보고 조금은 걱정스러운 바가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가 수궁가 내용을 잘 몰랐기에 그런 상황으로 연출했다는 것이다. 판소리 수궁가를 30여년 연구, 창작, 공연해온 이수자로서 그 연출가가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고 싶다.

그가 연출한 수궁가를 아픈 용왕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자라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토끼 간을 구하러 간다고 나서는 그 순간부터 우리 판소리의 핵심인 혼이 이미 날아간 것이다. 우리 판소리는 하나같이 오륜(五倫)정신이 핵심으로서 교육적 가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춘향가는 열녀(烈女)정신이, 심청가는 효(孝)사상이, 수궁가 역시 충성(忠誠)이 그 핵심이다. 그래서 고(故) 정광수 명창도 애초 '판소리'라는 이름 대신 '오륜가(五倫歌)'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물론 독일 연출가가 시도한 신선하고 파격적인 무대장치는 관객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판소리를 잘 모르는 국민이나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정통 판소리가 잘못 알려질까 봐 걱정이 앞선다. 또 무대에 흩어져 있는 페트병들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가 기고를 보고서야, 내용을 모르는 연출가가 용왕을 탐욕적으로 묘사했고, 바다의 쓰레기 공해로 인해 용왕이 병이 났다는 설정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답은 판소리에 나와 있다. 남해 용왕이 한여름 천열풍(天熱風)을 쐬어 복병(腹病)이 든 것으로 나온다. 지금도 남쪽 바다에는 가끔씩 이 열풍에 의해 녹조니 적조니 하여 바닷고기들이 떼죽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지혜, 용기, 해학을 녹여 소리로 노래했다. 수궁가 속 용왕은 인자하고 사려 깊은 왕으로 묘사돼 왔다. 자라 또한 오직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는 충심으로 세상으로 나와 죽을 고비를 몇 번이고 넘긴다. 이러한 인자한 용왕과 충신인 자라의 인품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용수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2/2012080203006.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