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21:33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서는 참가국별로 국가의 날이 지정되어 매주 독특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한국의 날'이 진행되는 8월 첫주는 여름휴가 피크기간이다. 이 주간 행사 중 국립극장이 제작한 창극 '수궁가'가 무대에 오른다. 마침 수궁가의 배경도 남해다. 

그 남해에서 한국 판소리 '수궁가'를 극화한 창극을 세계인들 앞에 올리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수궁가'는 판소리 5대가 중 하나로 신라 때부터 내려오는 설화다. 우리 조상의 풍자와 상상력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번 '수궁가'는 한국 유일의 국립창극단과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자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가 2011년 함께 만든 작품이어서 더욱 특별하다. 판소리 시작을 17세기 말~18세기 초로 보면 300년 만에 최초로 외국인이 연출한 작품이다. 프라이어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을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에서 연출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유일한 생존 제자이며 독일 표현주의 화가이기도 하다. 그가 연출, 무대미술, 조명, 의상디자인을 모두 수행한 '수궁가'는 지금까지 국내 예술가들이 상상하고 표현했던 것 이상을 만들어냈다. 그가 수궁가의 내용을 읽고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물은 것은 "용왕이 왜 아프냐?"였다. 

우리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용왕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단지 백약이 무효인데 토끼의 간만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힘은 며칠 고민하더니 용왕을 탐욕적이고 부도덕한 왕으로, 토끼는 서민을 대표하는 지혜로운 동물로 표현하겠다고 했다. 또 용왕은 바다가 오염되어 병에 걸렸다는 설정을 했다. 그래서 무대의 바다 장면을 표현할 때 플라스틱 페트병을 주렁주렁 걸어 놓았다.

아힘은 남해를 배경으로 한 창극이 여수엑스포 한국주간에 오를 것을 예견이라도 했을까? 그는 '수궁가'를 만들면서 바다 오염의 심각성을 표현하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권력의 탐욕과 정치 상황을 풍자하는 장면들을 만든 것이다. 

이는 우리만의 전통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합쳐진 한류의 또 다른 전형으로 한류도 다양한 장점들의 퓨전을 통해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국만의 독특한 공연예술 장르인 창극은 바로 한국의 공연예술 국가 브랜드이다. 독일의 노(老)연출자가 참여한 그 작품이 여수엑스포 무대에 오른다. 



임상우 국립중앙극장 기획위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24/2012072402820.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