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19:02

갑상선암 수술 급증은 '돈' 때문, 행위별 수가제의 대표적 문제점
의사단체는 공익보다 수익 우선… 포괄수가제, 과잉진료 완화해도
구멍 많고 진료 質 저하 우려… 대결 대신 제대로 된 보완책을

사방이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람이다. 최근 급증한 갑상선암은 작년에 결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이 됐다. 우리나라만의 특이 현상이긴 하나, 우리 체질이 특이해진 것은 아니다. 병이 아니라 시술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갑상선암을 무리해서 찾거나 서둘러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평생 악화되거나 전이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는 천수(天壽)를 누리고 죽은 사람의 36%가 갑상선암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갑상선 검사를 적극 권하고, 조직검사와 수술을 서둘러 해치우는 것은 돈 때문이다. 갑상선암이 병원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시술 의사의 위상도 상승했다. 의사들끼리는 이런 세태를 개탄하지만, 환자들은 암(癌)이라는 말에 놀라서 뭐든 할 수밖에 없다. '공포 마케팅'이다. 건강보험과 개인의 부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의사가 환자를 통해 사익(私益)을 추구한다는 불신이다.
 
이는 행위별 수가제의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 행위별로 비용을 계상해 보험이 상환해준다. 진단과 치료를 같은 사람이 하는데, 치료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증가하니, 부풀리고 늘릴 유인이 내장된다. 그래서 보편적 공보험을 가진 나라치고 우리처럼 행위별 수가제에만 의존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의료 행위를 유사한 것끼리 묶거나(포괄수가제), 전부를 통째로 묶어(총액계약제) 사전에 상환액을 정한다. 어떻게 서비스를 묶어서 관리할지 이견(異見)이 있을 수는 있으나, 행위별 수가제로부터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토를 달기는 어렵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대립은 의사들의 수익 보전 전략과 대승적 국가 정책의 충돌일 뿐이다.

그런데 그 밑단의 문제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첫째, 의사라는 고학력 지식인 집단이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점을 아예 나 몰라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가 의식과 단체의 문제이다. 의료만큼 외부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분야는 없다. 지식의 특수함과 깊이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 의료인단체는 정부의 정책 파트너이며, 자율적 권위를 갖는다. 의사의 단기적 이해를 대변하는 한편,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윤리와 규율의 문제를 제기하고 자정(自淨)하는 역할도 병행하며 공익(公益)을 추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협회는 사실상 개원의 협회로서, 의원급 수가를 올리고 경영 조건을 유지하는 데 전념해왔다. 국가의 갈 길을 불편부당하게 비추고 의사 윤리를 수호하는 전문가 단체 역할은 실종 상태다. 예를 들어, 의사 개인이 창출한 진료액에 보수를 연동시키는 병원 성과급 구조는 과잉 진료를 증폭시키고 의사의 양심과 부딪친다. 이는 의사 개인이 감당할 싸움이 아니라 전문가 단체와 병원 자본의 싸움이어야 한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침묵해왔다. 반면 의원 수익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만한 정부 정책은 취지 불문하고 극력 반대다.

전문가 의식의 부재는 역사적 경험에 말미암은 것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우선 의사협회는 대학교수와 병·의원 의사 모두의 전문가 의식과 정책적 관심을 모아내고 고양시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전문가 단체가 단기적 이해에 매몰될 때 전문가의 권위는 사라지며, 정책 파트너가 아닌 정책 대상으로 규정될 뿐이다.

둘째, 정부와 의사 단체만의 대결 구도라는 점이다. 이는 정책 과정의 문제다. 포괄수가제는 많은 나라에서 활용하는 제도이지만 전면적 해법은 아니다. 대상 질환의 과잉 진료를 일부 완화할 수는 있으나 적용 대상이 아닌, 예를 들어 갑상선을 뒤져 수술받게 하는 행태는 여전히 걸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피해 나갈 구멍이 많고, 진료의 질 저하도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간 나타난 문제를 보완하고, 향후 정책을 평가하고 환류시킬 구체적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러니 포괄수가제를 시행할 준비가 되었는지 판단할 근거도, 지지할 근거도 없다.

2000년 도입된 의약분업은 어지간한 나라에 다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약품으로 의사가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쭉 방치했던 정부가 갑자기 의사를 도둑으로 몰며 과격한 개혁을 밀어붙였고 의사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극단으로 치닫는 싸움으로 누군가는 정치가가 됐고, 누군가는 승진했다. 그러나 이후의 정책 과정은 대립과 충돌뿐이니 국가 차원에서는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물론 툭하면 총궐기, 수술 거부를 외치는 이들을 상대로 공감의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저열한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는 먼저 어른스러워져야 한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 보건복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27/2012062701674.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