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음악·영화를 비롯한 한국 콘텐트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콘텐트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이면에는 자본·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새로운 콘텐트 사업자들의 거침없는 투자와 새로운 시도가 밑바닥이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콘텐트 시장은 여전히 지상파 방송 중심의 소수 사업자로 형성된 취약한 구조다. 콘텐트의 기획·제작·유통의 가치 사슬이 공정한 환경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로 3년 뒤에는 외국인의 방송 콘텐트 시장 투자가 허용되는 등 해외 거대 미디어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이라는 위협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콘텐트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콘텐트 산업구조를 개선해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생태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국제 경쟁력을 가진 콘텐트 기업의 육성을 통한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이미 세계 콘텐트 시장에서 주요 기업들은 이른바 CPNT(콘텐트·플랫폼·네트워크·터미널) 중 자신이 취약한 분야를 인수합병 등을 통해 보완하는 ‘몸통 불리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디즈니·타임워너가 이미 글로벌 거대 미디어 콘텐트 기업으로 변신했고, 애플과 구글 같은 기업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우리 콘텐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에 새로운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고, 한편으로는 시장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자원·시장이 최적의 상태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한국의 한류, 미국의 콘텐트 산업의 성공 뒤에는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콘텐트 시장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다. 일정 수준의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지 않는다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다. 콘텐트 사업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여력이 생겨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 이외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콘텐트 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상파 방송과 견줄 수 있는 사업자가 등장해 상호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콘텐트 분야의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사업자들이 양질의 다양한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규제를 완화해 일부 콘텐트 사업자들이 크게 성장할 경우 작은 규모의 콘텐트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상실해 콘텐트 시장이 왜곡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중소 콘텐트 사업자들이 콘텐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규제 완화의 효과가 전체 콘텐트 산업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의 제도로는 지상파 방송 중심의 취약한 콘텐트 산업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콘텐트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콘텐트 시장의 지배적 구조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도태되거나 향후 FTA로 인한 인수합병으로 외국 미디어 사업자에게 합병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콘텐트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개방·공유·창조의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콘텐트 산업은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신장하고 사업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콘텐트 산업에 대한 정부의 단선적인 규제와 보호정책으로 인해 우리 콘텐트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과감한 정책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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