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5. 14:13

일본의 인구와 국토 면적은 한국과 비교해 각각 2.5배, 3.8배 정도 더 크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일본의 경제력은 지난해 현재 우리보다 5배 이상 격차가 난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포함된 숫자도 일본(68개)이 한국(13개)보다 5배 넘게 많다. 하지만 2011년부터 한국의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서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한 데다 연간 해외여행자가 1300만명이나 되고 일본을 압도하는 활발한 해외 유학 등으로 '일본 추월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자신감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장을 보면 상황은 딴판이다. 먼저 금융산업에서 국내 4대 은행들이 지난해 해외 사업에서 번 이익(4232억원)은 일본 3대 은행들이 2011 회계연도 보고서에서 공개한 해외 사업 순이익 합계(약 7조863억원)의 6%에 불과하다. 무려 16배의 격차이다. 같은 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G의 해외 사업 이익(2640억엔·약 3조518억원)은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돈을 많이 번 신한은행 연간 순이익(2조1184억원)의 1.5배에 달한다.

해외 인프라는 더 취약해서 국내 은행들의 해외 총점포는 134개로 일본 1개 은행(MUFG·120개)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국내 은행들의 해외 점포는 14개, 진출국은 1개 증가에 그쳤다. '글로벌 경영'이란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금융 기업들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인 우리 자동차업계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하는 동남아 6개국에서 신차(新車) 시장 점유율이 5% 남짓하다. 총판매량(348만대)의 80% 정도를 석권하는 일본 메이커들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세계화도 턱없이 빈약하다. DHL이 발표한 '글로벌 연결성 지수 2012'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액(FDI·2011년 기준) 비중은 세계 140개국 중 122위, 총인구 대비 해외 이민자 유입은 111위로 일본은 물론 모잠비크·나미비아 같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보다도 못하다. 국내에 유치한 국제기구도 43개로 일본(270개)의 7분의 1 정도이며 태국(133개)·필리핀(75개)보다 적다. 그나마 이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외국인 상주 직원은 평균 1.8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볼 때 흔히 '갈라파고스(외부와 단절된 섬)'로 불리는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더 폐쇄적이고 해외 공략에 소극적인 '우물 안 개구리'인 셈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우리 기업과 정부가 마음먹고 '제2의 개국(開國) 선언'을 한다는 각오로 내부를 더 활짝 개방하고 세계 곳곳으로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과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훨씬 높일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겉치레나 보여주기식(式) 글로벌화를 넘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체력 강화, 경제구조 고도화를 목표로 인력과 자본·기술을 더 많이 해외로 내보내고 더 많이 국내로 끌어들이는 동시 다발적 세계화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송의달 산업부 부장대우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