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는 응용을 통해 진화한다.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판을 뒤엎는 것이 응용이다. 기술 응용이 꽃을 피울 때 새 시장이 만들어지고, 새 질서가 열린다.
무선 인터넷을 활용해 음성통화를 하는 서비스(m-VOIP)인 보이스톡은 대표적인 기술 응용의 상품이다. 유선에 머물렀던 인터넷 전화를 무선으로 진화시켰다. 4700만 명(외국 가입자 1100만 명 포함)에 달하는 카카오톡 가입자들은 공짜로 보이스톡을 할 수 있어 환영 일색이다.
환호성이 클수록 후폭풍도 만만찮다. SK텔레콤,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의 거센 반발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3년간 망 구축을 위해 투자한 돈은 모두 19조. 이들은 이런 망에 보이스톡이 무임승차하면 통신사의 수입은 줄고, 추가 투자가 어려워져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충돌에는 날이 서 있다. 중재한답시고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훈수 한마디 하겠다. 만약 이동통신사의 뜻대로 보이스톡을 고사(枯死)시켰다고 치자. 그 후의 그림이 그려지는가. 무료 무선인터넷 전화는 기술진화상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단계다. 독보적인 기술도 아니다. 이는 경쟁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마이피플(다음, 가입자 2200만 명), 네이트온톡(SK커뮤니케이션, 600만 명), 라인(NHN, 400만 명) 등이 보이스톡의 빈자리를 노릴 게 분명하다. 그나마 이들은 국내 업체라서 다행이다.
하루 평균 40억 건의 공짜 동영상이 유통되는 미국 유튜브의 예를 보자. 국내에도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없는 게 아니다. 국내업체들은 부담스런 통신망 사용 비용과 각종 규제로 허덕이다 쪼그라들었다. 그 자리를 차고 들어온 게 유튜브다. 한국의 영화 마니아들이 ‘오발탄’·‘연산군’·‘혈맥’ 같은 우리의 고전영화를 보고 싶으면 유튜브를 찾아야 한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서버에 접속해야만 한국의 고전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게 지금 현실이다.
보이스톡에 맛들인 소비자들이 이 서비스가 주저앉는다고 무료 무선인터젯 전화를 끊을까. 분명 다른 서비스업체를 찾을 것이다. 이때 제2의 유튜브 같은 경쟁력 있는 외국 서비스가 들어온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다 빨려 들어갈 게 뻔하다. 이는 보이스톡과 이동통신업체가 함께 자멸하는 길이다.
이제 훈수꾼이 중재안을 내놓을 차례다. 시장에 맡기라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1세대는 한국의 다이얼패드였다. 초기에는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조악한 통화품질이 발목을 잡아 이용자들이 외면했다. 보이스톡의 운명도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게 맞다. 품질이 떨어지면 다이얼패드의 길을 걸을 터이고, 그 반대라면 새로운 기술의 진화를 이끌 것이다. 공생하는 방안을 찾는 게 이동통신업체들의 현명한 전략이 아닐까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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