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들어온 지 30년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인터넷 세상도 예외가 아니다. 그 사이 정보화·디지털화·모바일화 파도가 대체로 10년 주기로 닥쳐왔고, 또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장서자’라는 구호를 1980년대 후반에 내세워 정보화를 추진했다. 덕분에 지금의 IT(정보기술) 강국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벤처 열풍과 시장경쟁 원리 덕분에 디지털화도 쉽게 확산됐다. 애플의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모바일 파도는 2008년의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닥쳤지만 앞으로도 더 큰 쓰나미를 몰고 올 진행형이다.
웹으로 상징되는 인터넷 구조와 IT시장 역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 초기의 웹1.0은 정보의 바다에서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쉽게 찾을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검색엔진을 대표하는 야후가 등장했고, 인터넷으로 연결시키는 운영시스템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차지했다.
닷컴 버블이 전 세계적으로 꺼지면서 등장한 것이 웹2.0이고 ‘개방·참여·공유’를 시대정신으로 내걸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출발과 시기적 궤를 같이한 것이었다. 홈페이지가 아니라 블로그, 브리태니커식 백과사전이 아니라 위키피디아와 같은 집단지성, 또한 이용자가 참여·공유하는 유튜브와 댓글 문화 등이 쏟아졌다. 이용자들이 수동적으로 정보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정보를 거리낌없이 내놓고 모르는 사람과 친구를 맺는 소셜네트워킹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공공영역에서는 국정의 투명성을 내건 전자정부 모델이 활성화됐다.
현재는 웹3.0을 얘기한다. 지능화된 인터넷을 바탕으로 거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변화의 물결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웹3.0 흐름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 이미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꼼수’라는 인터넷방송은 비록 웹1.0 시대의 일방향적 방송 형식을 쓰면서도 참여와 개방의 웹2.0 정신을 가미하고, 더욱이 네트워크세대를 겨냥한 웹3.0의 시대정신을 추가해 바람몰이를 했다.
‘IT 전담부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같은 웹1.0식 일방향적 사고로는 글로벌 시장도, 대선에서 국민의 마음도 잡을 수 없다. 웹3.0식의 비전을 꿈꾸고 이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모르고 고민하지 않았을 뿐 엄청난 IT 성장 잠재력을 대한민국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에서 인구 4500만 명의 의료정보를 한 기관이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물론이고 주요 참고서를 디지털화한 나라도 대한민국밖에 없다. 또한 IT를 활용한 미래도시를 그래도 비슷하게나마 인구 100만 명 이상으로 지어보려고 한 국가도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아이가 태어날 때 주민등록번호만 부여하지 말고 인터넷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의료·유전자 정보를 국가 데이터베이스화해 5년이나 10년 단위로 정기검사하고 질병을 예방·진단한다면 4500만 명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맞춤형 의료복지는 물론이고 엄청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수준별 맞춤교육을 꿈꾸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시스템에 저장된 공공정보를 개방해 각종 벤처 창업에 자유롭게 쓰게 하고, 중동에 미래 맞춤형 스마트도시를 수출하는 등 웹3.0 시대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장과 기회는 참으로 많다.
정부가 베풀고 국민은 받는다는 식의 웹1.0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보이는 IT 시대정신의 모습이다.
방석호 홍익대 법대 교수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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