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01:02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에서 은퇴한 빌 게이는 요즘 '돈을 쓰는' 제2 인생을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해 전 지구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중심에 원자력이 있다. 최근 게이츠는 특히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적극적이다. 그가 '원자력 전도사'로 나서게 된 이유는 뭘까? IT산업의 제왕이었던 그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임을 인식했고,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곧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게이츠가 인류 복지를 위해 펼치고 있는 화장실사업도 일맥상통한다. 화장실 보급이 '위생뿐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듯이 전기나 에너지 부족으로 기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수십억명의 인구에 필요한 핵심 에너지 기술로 원자력을 택한 것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게이츠는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했고, 필자를 비롯한 국내 전문가들이 지난 8월 16~17일 그가 설립한 테라파워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테라파워사가 연구 중인 '진행파원자로'와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게이츠는 한국이 뛰어난 품질의 전기를 세계에서 가장 싸게 공급하는 국가일 뿐 아니라 UAE 수출을 이뤄낸 원전 선진국임을 인정하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특히 자원도 빈약한 후발국인 한국이 어떻게 세계적인 원전 선진국이 되었는지 신기해하며 놀라움을 표했다.

빌 게이츠와의 만남을 통해 진심 어린 애정으로 지구적 이슈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또 여느 원자력 전문가에 뒤지지 않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진정한 통섭형 인물이 바로 게이츠였음을 알고 감탄했다. 늘 혁신을 꿈꾸는 그의 도전적인 자세와 열정, 그리고 인류애적 마인드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덕목임이 분명하다.

세계 원자력의 역사는 반복되는 도전을 지혜롭게 극복해온 과정이었다. 게이츠가 혁신적 마인드로 위기에 도전해 왔듯이, 지금이 바로 일본 원전사고 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있어서 한국이 세계적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빌 게이츠와의 뜻깊은 만남을 계기로 우리의 선진 원자력 기술이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장순흥 KAIST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28/2012082802820.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