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7. 23:47

가끔 여행을 함께 하는 최 선생님의 여행 습관은 뭔가 좀 다르다. 여행전문가는 아니지만 남들과 함께 다니는 여행에서도 틈틈이 자신만의 행복하고 좀 특별한 여행을 만들 줄 안다.


한번은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가기 전부터 열심히 라오스 관련 프로그램과 책도 보더니 몽족 야시장에 꼭 가야겠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몽족 야시장에서 옷가지 등을 파는 어린 소녀 이야기가 안타까워서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거쳐서 오후에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700만명의 인구에서 1%, 약 7만명이 사는 아주 작은 도시이다. 연간 외국관광객 약 400여만명이 라오스를 방문하는데 이들 중에 대부분은 세계문화유산 도시 루앙프라방을 꼭 찾는다. 한국 관광객들도 라오스 직항이 생기면서 한해 약 10여만명이 방문한다. 최근에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여행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는 2층 높이의 아담한 숙소에 짐을 풀고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거리로 나섰다. 이 마을에서 3층 이상 높이의 건물을 찾기 힘들다. 마치 동화의 나라처럼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메콩강 줄기를 따라 수줍은 듯 작은 30여개의 사원들이 있다. 뜰에는 자기 키를 넘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쓰는 붉은 가사를 입은 동자들이 장난처럼 눈에 들어온다. 마을 한가운데 망루처럼 솟아 있는 푸시산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소박한 마을의 밥 짓는 연기가 정겹다. 그렇게 여행자들은 욕망의 날개를 접고 어느새 라오 사람들 품에 스며든다.


우리는 해가 산 너머로 지고 가로등이 어스름해질 때 장이 들어서는 몽족 전통시장을 찾았다. 몽족은 중국의 묘족 원주민들로서 라오스에 약 70여만명이 살고 있는데 라오스 정부와 역사적으로 갈등관계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밤이 되면 주홍빛 천막을 치고 수많은 몽족 사람들이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한다. 최 선생은 몇 바퀴를 돌고 돌아 어렵사리 방송에 나왔다는 소녀를 찾았다. 처음에는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선물로 물건 몇 개 사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렇게 선물 될 만한 것들을 몇 개 사더니, 소녀의 양해를 구하고 직접 지나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물건을 함께 팔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아웃도어 지점장을 하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한다. 작은 수고지만 함께 노동을 하고 제법 물건을 팔고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돌자 자리에 일어섰다. 그와 여행할 때마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적지 않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는 짐을 나르는 사람들의 신발이 해어진 것을 보고 신던 신을 내주었고, 지진이 났을 때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버마에서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서 대접하기도 했고,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서는 책을 구입하는 데 돈을 보태기도 했다. 결코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는 마음을 다했고 결코 우쭐대거나 자랑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처럼 사람들과 어울렸고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그가 여행을 그 사람들의 삶에 젖어들고 스며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어느 곳에 가든지 자연에 순응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지긋한 마음으로 다가설 때 여행의 즐거움과 행복이 다가선다.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0034.html#csidx9ab34cb4e099cefa92ea053492ecdac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