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을 과대평가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전 최고마케팅 경영자 존 헤이스가 한 말이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숫자부터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측정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무엇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이해득실, 가치와 능력, 판단과 실행 다 중요하지만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의 ‘매력’이라는 요소다. 우리는 호감 가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고, 매력적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개인이 풍기는 매력이다.
측정하기 곤란한 이 ‘매력’이란 것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도 여지없이 작용한다.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 로히트 바르가바 교수는 2012년 자신이 쓴 저서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원더박스, 2013)에서 ‘가장 중요한 세계 통화는 종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세계 경제가 얼핏 숫자들에 의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호감이 매우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비슷한 능력이라면 이왕이면 호감 가는 사람과 일하려고 한다’가 아니라 호감이 능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2005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티지아나 카시아로와 듀크대 미겔 수자 로보 교수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들은 호감도가 비즈니스 영역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했다. 실리콘밸리 테크회사, 미국의 대학교, 스페인의 세계적인 명품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호감도와 능력에 대한 선호 조사를 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다고 가정할 경우 어떤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 물은 것이다.
당연히 능력도 뛰어나고 호감도도 높은 사람과 일하길 다들 희망했다. 능력이 없는 데다가 호감도까지 낮은 사람과 일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흥미로운 결과는 호감도는 높으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업무능력은 뛰어나지만 호감도가 낮은 사람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유능한 밉상보다 매력적인 바보를 선택한 것이다. 호감도와 능력 중에서 호감도를 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맬컴 글래드웰의 『블링크』에 따르면, 의사가 의료 과실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느냐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한다. 부적절한 치료로 인해 의사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의료사고 전문변호사 앨리스 버킨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의사를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의료과실을 범한 의사를 고소하라는 주위의 압력을 받을 때 환자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 의사가 한 실수는 개의치 않습니다. 난 그 의사를 좋아하거든요. 고소할 마음이 없습니다.”
토론토대 웬디 레빈슨 박사는 한번도 소송을 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그렇지 않은 의사들보다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송을 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더 잘 웃고, 더 적극적으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우선 이렇게 해 보고 다음에는 말씀하신 대로 해봅시다” 같은 말을 통해 환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믿는다. 좋아하는 것과 믿을 만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인데도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능력이 있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말이다. 왜냐하면 비호감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비즈니스 세계에선 관계가 중요하니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두루 처세를 잘하라는 식의 조언을 하려는 게 아니다. 호감을 풍기기 위해 실천해야 할 지침들을 외울 필요도 없다.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애써 외면해 온 호감이라는 걸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것의 역할과 효과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호감을 전하며 물건을 팔고 있는지, 우리 회사 직원들의 호감도는 어느 정도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심리학자 팀 샌더스는 얼마나 진실한가, 얼마나 이타적인가, 공감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가, 남의 말을 들어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가 등이 호감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호감은 소통과 배려의 결과물인 것이다.
호감 가는 인간으로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 매력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가장 강력한 미덕이다. 함께 더불어 살기에 매력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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