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엄마가 아들을 장님으로 만들고 아버지가 아들을 사형시키는가? 법으로 통제되고 사회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합법적 권력은 물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도력을 가능하게 하는 권력 없이는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도 통제도 존재하지 않는 비잔틴제국 같은 무한 권력은 인간을 야생동물로 만드는 듯하다. 왜 그런 걸까? 아마도 억제되지 않는 권력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중독성이 높기 때문일 거다.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대부분 것은 반복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떨어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먹을수록 예전만큼의 맛을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권력만큼은 다르다. 권력이란 결국 타인의 행동을 나 자신에게 이득 되도록 제어하는 힘을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을 제어하면 할수록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도 많아진다. 항상 같은 사람을 통한 동일한 이득이 아니기에 '수확 체감(law of diminishing return)' 같은 문제도 없다. 타인의 제어 덕분에 나는 보상과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뇌는 '보강 학습' 메커니즘을 통해 중독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한번 무한 권력을 맛보면 더 이상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말이다.
술·담배·마약·비디오게임의 중독성을 걱정하는 우리.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 북쪽에 수십 년 동안 무한 권력의 맛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김대식 KAIST 뇌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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