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밟아 본 사람은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게 관리된 잔디에 봄철 꽃이 울긋불긋 피어있는 아름다움에 압도당한다. 오죽하면 최경주가 "여기가 '골프 천국(天國)'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을까. 그리고 매년 1주일간 열리는 마스터스의 경제 효과가 1억달러(약 1036억원)에 이르며 오거스타는 '13월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인구 20만 명의 오거스타시(市)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조지아주 주도(州都)인 애틀랜타를 비롯한 대도시로 떠나고,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미국 비즈니스 위크지가 최근 보도했다. 오거스타 지역의 연(年)평균 가구 수입은 3만4864달러로 조지아주 전체의 4만9604달러보다 30%가량 적고, 미국 평균 가구 수입 5만300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빈곤층 비율도 27%로 미국 전체 15%보다 훨씬 높다.
19세기 면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오거스타는 쇠락의 길을 걸은 뒤 오랜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20만명 선에 머무르고, 낙후한 도심 풍경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최고급 이미지와는 동떨어진다. 조지아 주립대학 경제예측센터는 "오거스타 경제는 조지아주에서도 좋지 않은 편이며 일자리가 늘고 있지 않다"고 보고했다. 데크 코펜하버 오거스타 시장은 "사람들이 우리 도시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같다고 생각하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1주일 동안에 오거스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착시(錯視) 현상을 갖기 쉽다.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전용기를 몰고 오거스타를 찾기 때문에 마스터스는 '부자들의 사교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진입로인 워싱턴 로드는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인근 레스토랑은 예약하기 힘들 정도로 특수를 누린다.
마스터스 대회의 나흘짜리 티켓이 1만2000달러까지 치솟기도 한다. 20만 명의 도시에 30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1주일 동안 몰리기 때문에 하루 20~30달러 하는 변두리 모텔도 이 기간에는 200~300달러를 호가한다. 대부분 파트타임 일자리이긴 해도 매년 4월 실업률이 다른 달에 비해 2% 안팎 떨어지기도 한다.
오거스타는 굵직한 보트 레이스 대회와 트라이애슬론 대회도 매년 주최한다. 마스터스 같은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를 한곳에서 78차례나 여는 곳은 미국에서 오거스타가 유일하다.
하지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도시를 전 세계에 알리고 일시적 경제 수익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기반 없이는 지역 발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오거스타는 여실히 보여준다. 오거스타는 경기 시설을 추가로 짓는 비용이 거의 없는데도 그렇다. 각종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마다 수천억~수조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속으로는 골병이 드는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에 오거스타의 두 얼굴은 꼭 참고해야 할 사례다.
민학수 스포츠부차장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16/20140416041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