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9. 13:59
영국의 작은 마을 헤이(왼쪽)와 에덴은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혁신가와 이들에게 협력한 주민들이 만들어낸 성공 모델이다. 허영 오픈이노베이션 대표

괴짜 혁신가가 바꾼 작은 마을 ‘헤이’ 그리고 ‘에덴’


런던에서 버스로 4~5시간
‘헤이’는 세계최대 책마을
‘에덴’은 세계최대 온실마을
매년 50만~125만 관광객

수십년전엔 그냥 보통마을
아이디어와 주민의 협력이
세상과 삶을 바꾸었다


모든 혁신은 꿈을 꾸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결심에서 시작된다. 혁신의 모델이 된 영국의 작은 마을 헤이와 에덴은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혁신가와 이들에게 협력한 주민들이 만들어냈다. 2013 스콜포럼이 열린 즈음에 런던에서 버스나 기차로 4~5시간 걸리는 두 마을을 다녀왔다.


헤이온와이(Hay-on-Wye)는 잉글랜드-웨일스 접경지역 와이강가에 있는 인구 1300명의 마을이다. 방문 당시는 5월 말에 열리는 헤이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괴짜 리처드 부스가 1961년 낡은 성을 사서 헌책방을 만들면서 지금은 100만권 넘는 장서를 가진 세계 최대의 ‘책마을’이 되었다. 파주 헤이리 마을의 모델이다.


2012년 책마을 시작 50주년을 맞은 헤이는 40여개의 책방과 30여개의 골동품가게들이 매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맞고 있다. 한해에 팔리는 책만 해도 100만권이 넘는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이 이곳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찾아낸 일화도 있다.


혁신가 리처드 부스는 “헌책은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기에 작은 마을의 희망이다”고 말한다. 그가 열네살 때 단골 서점 주인이 “너는 헌책방 주인이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리처드 부스의 사회혁신은 모든 것을 주민들과 함께하고, 주민생활과 연계하며, 기존에 있는 것들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통해 창조적인 문화도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본차이나 그릇에 쓰이는 고령토 광산이었던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지역의 에덴은 세계 최대의 온실로 탈바꿈했다. 5000여종 100만 식물이 재배되는데 2001년 3월 개장 이래 연간 125만명이 찾고 있다. 20번째 007 영화 <어나더데이>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서천 국립생태원의 모델이다.


유명 음반 제작자였던 팀 스미트는 19세기풍 정원을 복원하다 에덴을 구상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주민들과 협력했다. 공사기간 중에 이미 50만명의 유료 관광객이 찾았다. 에덴의 비전은 ‘환경, 주민소통, 모든 수익은 지역에게’이다. 지역 생산물로 상점을 채우고 1700여 명의 지역민들이 일을 한다. 바다로 떠밀려온 나뭇조각 하나 버리지 않고 교육 및 건축 자재로 재활용했다. 식물에게 줄 4300만갤런의 물은 대부분 빗물을 이용했다. 지금도 전체 물 사용량의 43%가 빗물이다.


에덴의 교육총괄 존 엘리슨은 “궁극적인 목표가 뭐냐?”라는 질문에 “미래는 우리가 발명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창조하자”라는 말로 대신했다. 교육을 중시하며 지구상의 모든 식물의 씨앗과 열매를 보존하겠다는 것이 에덴의 미래 비전이다.


보통의 도시가 창의적인 도시로 바뀌기 위해서는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문제를 꿰뚫어보는 혁신가의 자질과 꿈, 이를 평생 실천할 의지, 그리고 주민들의 동의와 재능을 모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삶의 양식을 바꾸고, 사업성을 갖춰 문제를 해결하면서, 근본적 시스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인 것이다.


허영/오픈이노베이션 대표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6305.html


Posted by 겟업